월급에 포함된 퇴직금, '부당이득'

대법원 전원합의체, 퇴직금 관련 엇갈린 판결 교통정리

등록 2010.05.20 18:25수정 2010.05.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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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기로 약정하고 월급과 함께 준 퇴직금 명목의 돈은 퇴직금이나 임금이 아닌 '부당이득'으로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또한 회사가 그동안 지급한 돈과 퇴직금을 상계할 수 있지만, 그 한도는 퇴직금의 1/2을 초과하는 부분만 허용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5년을 끌어온 퇴직자들과 회사와의 퇴직금 법적 분쟁은 최종 정리됐다.

컨설팅업체인 R사는 1998년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도입하고, 성과급여체제의 연봉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는 일정액의 고정연봉과 매달 성과달성율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퇴직금 명목의 돈은 매달 지급되는 월급에 포함됐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회사가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 것은 잘못이므로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재협 부장판사)는 2006년 8월 "R사는 퇴직자 L씨 등 26명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퇴직금 중간정산방식은 중간정산 요구(이 사건에서는 각 연봉계약시) 이후의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해 사전에 중간정산을 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허용되지 않으므로, 중간정산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R사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는 2007년 11월 퇴직금 중간정산이 무효라고 점은 1심과 판단을 같이 했으나, 퇴직자들이 매월 받은 월급 중 퇴직금 명목은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해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을 요건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지급했더라도 그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매월 임금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한 약정은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밝혔다.


R사는 "설령 원고들에게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으로써 효력이 없다면, 위 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부당이득"이라며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반환해야 할 위 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채권을 상계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임금에 포함될 수 없고, 법률상 효력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법률상 원인 없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 상당의 이익으로 피고가 손해를 입은 만큼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R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3년 6개월 심리 끝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일 L씨 등 26명이 R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부당이득금반환채권을 전부 퇴직금채권으로 상계처리하며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월급이나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액을 미리 지급키로 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약정'을 했다면, 그 약정이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분할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해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임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 근로자는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돈을 부당이득금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사용자는 계산의 착오 등으로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며 "이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만큼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퇴직금의 1/2은 압류금지채권이고, 민법은 압류금지채권에 대해서는 상계할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부당이득금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할 경우 퇴직금채권의 1/2을 초과하는 금액에 관해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은 원고들 가운데 퇴직금채권의 1/2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부당이득금반환채권과 퇴직금채권을 상계처리한 부분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반면 김영란, 김능환 대법관은 "퇴직금 명목의 돈도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일종으로, 부당이득이 될 수 없어 반환 의무가 없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사용자가 무효인 퇴직금분할약정에 기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서로 다른 취지의 판결이 존재했는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월급과 함께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퇴직금이나 임금이 아닌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할 부당이득이라는 것과 나아가 사용자가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1/2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임을 분명히 한 데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퇴직금 #부당이득 #중간정산 #퇴직금분할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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