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조차 푸른 오월, 축제 속에서 만난 젊음들

등록 2010.05.20 20:03수정 2010.05.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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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양대학교 축제 5월 19일 한양대학교 축제에서 케밥을 팔고 있습니다.
2010년 한양대학교 축제5월 19일 한양대학교 축제에서 케밥을 팔고 있습니다.정민숙

일이 갑자기 생기고 미룰 수 없어 해내고 있지만 체력이 감당을 못하고 있는 오월입니다.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자는 생각에 비도 그친 5월 19일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마침 근처에 있는 한양대학교에서 축제를 한다는군요. 왕십리에서부터 한양대를 지나 청계천을 지나오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었지만, 불어난 살들은 배에서 허벅지에서 아우성들을 칩니다.


왕십리에는 세 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갑니다. 2호선, 5호선, 중앙선. 왕십리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왕십리광장이
나오지요. 바로 옆에 있는 민자 역사를 가로질러 나가면 한양대로 가는 방향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과 주점들이 가득한 골목들을 지나 한양대학교부속병원정문으로 들어갑니다. 산책을 위해 만난 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갑니다. 한양대학교는 곳곳에 오르막길이 있어 걸을 때 지루하지 않아 좋습니다.

학생회관 앞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무척 높습니다. 오후 2시 즈음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모습이 많지는 않습니다. 학생회관 앞에서부터 지하철2호선 한양대역 입구까지 양쪽에 부스가 늘어서있고 학생들이 저마다 축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참여 학생은 많이 보이지 않는군요. 갑자기 키가 큰 젊은이가 커피를 들고 와서 시음회라며 그냥 줍니다. "빅뱅의 탑을 닮았어요"라는 제 말에 갑자기 커피를 한 컵 더 가지고 와서 줍니다. 하하. 연예인을 닮지 않아도 그 나이에는 나이 자체로도 모두 다 빛나는 사람들이지요.

한양대학교 봉사동아리 단체 학생들 장애체험을 할 수 있도록 휠체어와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해 놓은 학생들. 동네 아줌마도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착한 기획을 한 기특한 학생들
한양대학교 봉사동아리 단체 학생들장애체험을 할 수 있도록 휠체어와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해 놓은 학생들. 동네 아줌마도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착한 기획을 한 기특한 학생들정민숙

그 옆에는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과 평지 내리막길을 만들어놓고 휠체어를 준비해 놓은 학생들이 보이는군요. 점자 유도블록을 네모로 만들어 장애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치도 해 놓았군요. 학생들이 지나가는 다른 학생을 붙잡지 않고 이 아줌마를 붙잡습니다. 그래서 장애체험을 해 봅니다.

먼저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한 10도 정도 되는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턱이 있는 곳에서 바퀴가 잘 안 굴러가서 좀 고생하다가 올라갔습니다. 평지는 무리 없고,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아주 잠깐 1~2초 정도였을까요? 손잡이를 잡아주겠다는 학생의 도움을 뿌리치고 혼자서 바퀴를 굴려 내려가는데, 바퀴가 방향을 잘 못 잡아서 내리막길 옆으로 떨어질 뻔했고,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어 휙 내려가는군요. 무서움이 생겨 가슴이 뜁니다. 이 짧은 시간에 그런 공포를 느낄 수 있다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체험했습니다.

연결되는 길마다 턱을 없애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 돼야 겠군요. 휠체어로 다니기 편한 길은 유모차도 다니기 편안하겠죠. 체험을 끝내고 가려고 하는 저를 학생들은 다시 붙잡아 이번에는 시각장애체험을 하라는 군요. 안경을 벗고 안대로 눈을 가린 다음, 지팡이를 잡고 점자 유도 블록을 툭툭 쳐 가면서 방향을 잡으랍니다. 그런데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학생이 손을 잡아서 출발지점으로 안내해주는데, 그 순간에도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지더군요. 발밑을 알 수 없는 막막함. 막대형으로 튀어나온 블록은 앞으로 가라는 표시고, 동그란 모양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블록은 멈추라는 표시랍니다.


지팡이를 툭툭 쳐 가며 손으로 그 블록들을 감지하고, 운동화 바닥으로 느껴가며 걸어갔지만, 안대를 벗고 제 위치를 보니 점자 유도 블록을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 위치에서는 지팡이로 아무리 주변을 더듬어도 방향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더군요. 그리고 운동화 바닥으로 느껴지는 감촉들은 그저 둔탁하기만 하고, 지팡이로 전달되어 오는 감촉을 가지고 손으로 봐야 하는데,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시각장애 체험에서도 공포를 느꼈으며, 장애를 가진 분들이 집을 나와 이동할 때 얼마나 어려운 상황들을 겪고 있는지 피부로 느꼈습니다.

지하철 탈 때 무심히 보았던 점자 유도 블록들.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안전한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치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혹시 닳아서 높이가 낮아진 부분은 교체를 하여 지팡이로 확인할 때 충분한 확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활동은 한양대학교 봉사동아리 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하도록 동기부여를 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성동구청에 가서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수첩을 발급받아, 봉사가 끝난 후 기록한 내용을 구처에 가서 등록해 놓으면, 스스로 연간 몇 시간의 시간동안 자원봉사를 했는지 전산기록이 남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저금하는 방법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취업을 하고, 사랑을 하여 결혼도 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도, 내가 가진 작은 힘과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힘을 줄 것입니다.

술 한잔에 인생설계는 어떻게 하나? 술 한잔에 인생설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노천극장 위 쪽 정자에 매달린 현수막
술 한잔에 인생설계는 어떻게 하나?술 한잔에 인생설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노천극장 위 쪽 정자에 매달린 현수막정민숙

체험을 끝내고 다시 천천히 산책을 합니다. 케밥을 다 파는군요. 노천극장을 지나 경영관 쪽으로 가는 길은 무척 길면서 오르막도 심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급한 경사로 내리막길이군요. 경영관 앞에는 행원파크라는 건물이 있군요. 행원파크는 건물이 지하에 있군요. 지상에는 공원처럼 꾸며져 긴 나무의자들이 있고, 분수도 있습니다. 점심때가 훌쩍 지나 몹시 시장해진 저와 일행들은 행원파크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갑니다.

오늘 축제 이름은 <낭연제> 5월 19일 축제 이름은 <낭연제>인가 봅니다.
오늘 축제 이름은 <낭연제>5월 19일 축제 이름은 <낭연제>인가 봅니다. 정민숙

식권을 파는 자동판매기가 있습니다. 우거짓국이 2500원이고, 돈까스 정식이 2500원이군요. 학생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배를 채워주는군요. 식당은 깨끗하고 예쁘네요. 그 곳에 앉아서 학생메뉴로 점심밥을 먹은 후 지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햇살은 좀 따가웠지만, 나무의자에 앉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감상합니다.

2010년 한양대축제 H-라운지 행원파크 입구 옆에 있는 포스터. 학생 장근석이 진행하며 수익금은 한대부속병원에 기부한답니다. 5월 18,19, 20 3일 동안 진행하는 군요.
2010년 한양대축제 H-라운지행원파크 입구 옆에 있는 포스터. 학생 장근석이 진행하며 수익금은 한대부속병원에 기부한답니다. 5월 18,19, 20 3일 동안 진행하는 군요.정민숙

행원파크 입구 옆에는 H라운지를 한다고 알려주는 포스터들이 붙어있습니다. '학생' 장근석이 진행하는군요. 티켓 값은 5000원이고, 수익금은 한대병원에 기부한답니다. 축제에 와서 다른 활동보다도 훈훈한 나눔을 실천하는 내용들을 보게 되는군요. 연예인이라는 특권의식보다도 학교의 일원인 학생으로서 축제를 함께 하는 학생 장근석도 멋지지만, 기부행위는 더 멋집니다.

나무의자에 앉아 부는 바람도 느끼고, 눈 뜨기 힘들게 하는 햇살도 느끼면서 이제 신록으로 물든 나무를 보니 그 뒤로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있습니다.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는데,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우르르 우리 앞에서 뭔가 일을 하는군요. 그 중에 장근석도 보이는군요. 학교는 재학생으로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신나는 장소지요. 장근석은 그런 이치를 아주 잘 아나봅니다. 열심히 행원파크 주변을 걸어 다니며 일을 하는 그 학생들을 보면서 일어나 일행들과 헤어져 산책 마무리를 하기로 합니다.

올림픽 체육관 옆을 지나 동문 쪽으로 걸어갑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살곶이공원입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먼지도 없이 공원이 깨끗합니다. 조약돌 길을 노부부가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갑니다. 저도 그 뒤를 따라 운동화를 손에 들고 튀어나온 작을 돌들로 발바닥지압을 하며 걸어갑니다. 바람이 참 시원하기도 합니다.


청계천하류는 중랑천과 만납니다. 중랑천은 한강으로 흘러가겠지요. 공원을 나와 용답역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다리를 건너다가 본 다리 밑 청계천은 쓰레기와 오염물질들로 가득하군요. 그러나 풀과 나무들은 푸르기만 합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길을 막은 벽에는 담쟁이가 가득이고, 해오라기 한 마리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두 발로 버티고 서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찍고 있는 아저씨도 계속 같은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렌즈로 보고 있군요.

자전거 길 옆에는 아기매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자라고 있습니다. 오후 1시에 왕십리역에서 출발한 산책은 용답역에 도착한 오후 6시 정도에서야 정리를 했습니다. 이제 제 휴식은 끝났습니다. 집에 가서 저녁을 준비하고, 집을 치우고, 빨래를 널고, 집 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보면 자정을 넘길 것입니다. 5시간 동안 제가 스스로에게 선물로 준 휴식. 그 휴식 속에서 만난 학생들은 오월에 영글어 가는 매실 같기도 합니다. 혹 시간되시면 저를 따라서 산책 한 번 하시지요?
#2010년한양대축제 #한양대학봉사동아리들 #장애체험 #장근석-H-라운지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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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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