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봉사동아리 단체 학생들장애체험을 할 수 있도록 휠체어와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해 놓은 학생들. 동네 아줌마도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착한 기획을 한 기특한 학생들
정민숙
그 옆에는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과 평지 내리막길을 만들어놓고 휠체어를 준비해 놓은 학생들이 보이는군요. 점자 유도블록을 네모로 만들어 장애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치도 해 놓았군요. 학생들이 지나가는 다른 학생을 붙잡지 않고 이 아줌마를 붙잡습니다. 그래서 장애체험을 해 봅니다.
먼저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한 10도 정도 되는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턱이 있는 곳에서 바퀴가 잘 안 굴러가서 좀 고생하다가 올라갔습니다. 평지는 무리 없고,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아주 잠깐 1~2초 정도였을까요? 손잡이를 잡아주겠다는 학생의 도움을 뿌리치고 혼자서 바퀴를 굴려 내려가는데, 바퀴가 방향을 잘 못 잡아서 내리막길 옆으로 떨어질 뻔했고,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어 휙 내려가는군요. 무서움이 생겨 가슴이 뜁니다. 이 짧은 시간에 그런 공포를 느낄 수 있다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체험했습니다.
연결되는 길마다 턱을 없애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 돼야 겠군요. 휠체어로 다니기 편한 길은 유모차도 다니기 편안하겠죠. 체험을 끝내고 가려고 하는 저를 학생들은 다시 붙잡아 이번에는 시각장애체험을 하라는 군요. 안경을 벗고 안대로 눈을 가린 다음, 지팡이를 잡고 점자 유도 블록을 툭툭 쳐 가면서 방향을 잡으랍니다. 그런데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학생이 손을 잡아서 출발지점으로 안내해주는데, 그 순간에도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지더군요. 발밑을 알 수 없는 막막함. 막대형으로 튀어나온 블록은 앞으로 가라는 표시고, 동그란 모양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블록은 멈추라는 표시랍니다.
지팡이를 툭툭 쳐 가며 손으로 그 블록들을 감지하고, 운동화 바닥으로 느껴가며 걸어갔지만, 안대를 벗고 제 위치를 보니 점자 유도 블록을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 위치에서는 지팡이로 아무리 주변을 더듬어도 방향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더군요. 그리고 운동화 바닥으로 느껴지는 감촉들은 그저 둔탁하기만 하고, 지팡이로 전달되어 오는 감촉을 가지고 손으로 봐야 하는데,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시각장애 체험에서도 공포를 느꼈으며, 장애를 가진 분들이 집을 나와 이동할 때 얼마나 어려운 상황들을 겪고 있는지 피부로 느꼈습니다.
지하철 탈 때 무심히 보았던 점자 유도 블록들.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안전한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치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혹시 닳아서 높이가 낮아진 부분은 교체를 하여 지팡이로 확인할 때 충분한 확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활동은 한양대학교 봉사동아리 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하도록 동기부여를 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성동구청에 가서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수첩을 발급받아, 봉사가 끝난 후 기록한 내용을 구처에 가서 등록해 놓으면, 스스로 연간 몇 시간의 시간동안 자원봉사를 했는지 전산기록이 남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저금하는 방법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취업을 하고, 사랑을 하여 결혼도 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도, 내가 가진 작은 힘과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힘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