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은 어딜까?

[주말자전거여행 15] 영종도 운서역에서 왕산해수욕장까지

등록 2010.05.21 12:36수정 2010.05.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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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산해수욕장. 단체 수련을 나온 대학생들.
왕산해수욕장. 단체 수련을 나온 대학생들.성낙선
왕산해수욕장. 단체 수련을 나온 대학생들. ⓒ 성낙선

 

날이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아직 5월인데, 한낮에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바닷가를 찾기에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 같아선 바로 바닷물에 몸을 담가도 아무도 뭐랄 것 같지 않다. 날이 더우니,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게 시원한 물가다.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바다를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이맘 때 바다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찾아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 어딜까? 자전거만 타고 가다 보면, 한나절이 다 걸려 해질 무렵에나 겨우 도착할지도 모른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해서, 아침에 집을 떠나 점심 무렵에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 푸른 바다를 눈앞에 두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다음에, 해가 지기 직전(그 후라도 상관이 없지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이라면 좋겠다.

 

 영종도 운서역 앞, 공항신도시.
영종도 운서역 앞, 공항신도시.성낙선
영종도 운서역 앞, 공항신도시. ⓒ 성낙선

생각 끝에 떠올린 게 영종도다. 영종도는 한 나절 자전거로 다녀오기에 딱 적당한 거리에 있는 섬이다. 더군다나 그 섬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지 않나.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이후로 섬 아닌 도시가 돼 버린 섬. 배 아닌 자동차를 타고 찾아갈 수 있게 된 섬. 섬 이름보다는 공항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섬. 그 섬 한쪽 모퉁이에 해수욕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지 않는 한 특별히 찾아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섬이 바로 영종도다.

 

그런데 그 섬에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 그 섬이 무척 궁금해진 터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영종도를 찾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나는 열차(코레일공항철도)에 언제든 자전거를 실을 수 있고, 둘째는 영종도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탈만한 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으며, 셋째는 영종도는 물론이고 영종도 주변에 자전거 타는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섬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그 섬 중에 무의도와 장봉도, 그리고 연륙교로 연결된 신도, 시도, 모도(이하 '삼형제섬') 같은 섬들이 있다.

 

그리고 넷째는 그 섬에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섬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도시인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멋진 해변과 그 해변을 따라 음식점 등 다양한 위락 시설이 들어서 있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다. 영종도에는 왕산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항북로. 노란선 밖이 자전거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공항북로. 노란선 밖이 자전거도로.성낙선
끝이 보이지 않는 공항북로. 노란선 밖이 자전거도로. ⓒ 성낙선

 

끝이 보이지 않게 쭉 뻗은 공항북로 자전거도로

 

햇볕이 무척 따갑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코레일공항철도 운서역, 역 앞 광장에 내려서자 한낮의 뙤약볕이 머리를 달군다. 역 앞은 '공항신도시'다. 여느 도시와 다를 것이 없다. 섬 속에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게 조금 낯설다.

 

운서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아가려면, 우선 삼목선착장 가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삼목선착장 가는 길은 운서역 오른쪽 길에서 좌회전한 다음 중앙로를 타고 가다 그 끝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나온다. 4차선 길 옆에 갓길이 제법 넓은 편이다. 차량이 많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그 길에서 삼목선착장 가는 샛길로 접어들면, 장봉도와 삼형제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삼형제 섬은 나중에 배를 타고 들어가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길은 평지에 가깝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기어 조절만 잘 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언덕을 하나 오르고 나면, 그 끝이 어딘지 잘 보이지 않는 '공항북로'가 나온다. 바닷가를 따라 시원하게 쭉 뻗은 제방 길이다. 공항북로는 그 반대편에 있는 공항남로와 함께 인천시에서 지정한 자전거도로다. 자전거도로라는 표시는 없지만, 자전거를 타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 길을 갈 때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반대편에는 자전거가 지나갈 만한 갓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영종도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처음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로를 따라 바닷가쪽으로 둑 위에 중간 중간 감시 초소가 있고 철책이 가로막혀 있다. 이 철책은 해가 진 후에는 접근 금지지만, 한낮에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지칠 만하면, 중간에 한두 차례 쉬어갈 만하다. 공항북로는 별다른 휴식 시설 없이 약 8km 정도 이어진다. 이 길에 들어설 때는 줄곧 페달을 밟을 각오를 하는 게 좋겠다.

 

 왕산해수욕장.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로 놀러오기 좋다.
왕산해수욕장.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로 놀러오기 좋다.성낙선
왕산해수욕장.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로 놀러오기 좋다. ⓒ 성낙선

 

소박한 멋의 왕산해수욕장, 세련된 멋의 을왕리해수욕장

 

길은 먼저 '왕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거기에서 언덕 하나를 더 넘으면 을왕리해수욕장이다. 두 해수욕장은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갯바위를 사이에 두고 바로 곁에 붙어 있다. 크기면에서는 왕산해수욕장이 을왕리해수욕장보다 두 배 정도 더 크다. 하지만 모래 질은 을왕리쪽이 더 나아 보인다. 사람들은 왕산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고, 을왕리는 바다를 품은 해안선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왕산해수욕장,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물고기들.
왕산해수욕장,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물고기들.성낙선
왕산해수욕장,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물고기들. ⓒ 성낙선

왕산과 을왕리 모두 해수욕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숙박시설 대부분 을왕리쪽에 몰려 있다. 음식점 같은 유흥업소 역시 을왕리 쪽이 더 번화한 느낌이다.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은 엇비슷하지만 바다쪽에서 해안을 바라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을왕리가 번잡한 탓에, 누구는 왕산이 소박한 멋이 있고, 덜 어수선해서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곳은 원래 용유도라는 섬으로, 이전에는 영종도와 연륙교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두 섬 사이를 매립하고 그곳에 인천공항을 건설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지금은 예전 섬의 흔적이 용유동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두 해수욕장 모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5월에 이 정도면 한 여름에는 사람들이 해변에 발 디디기 힘들 정도로 붐빌 게 분명하다.

 

 왕산해수욕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을왕리해수욕장.
왕산해수욕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을왕리해수욕장.성낙선
왕산해수욕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을왕리해수욕장. ⓒ 성낙선

 을왕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는 고교생들.
을왕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는 고교생들.성낙선
을왕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는 고교생들. ⓒ 성낙선

 

을왕리해수욕장을 나온 길에서 조금 더 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선녀바위'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 조개껍질로 뒤덮인 바닷가가 있다. 그곳 해변 역시 앞선 두 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단체 수련을 나온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해변 왼쪽 끝에 여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듯한 바위가 있다. 선녀바위다. 사람들은 이 바위가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고도 말한다.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서 있는 바위 위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는 모습이 조금 특이하다. 이 바위에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선녀바위가 있는 해변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찍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바위 아래 유독 젊은 연인들이 많다.

 

 선녀바위. 조개껍질이 바스락거리는 해변.
선녀바위. 조개껍질이 바스락거리는 해변.성낙선
선녀바위. 조개껍질이 바스락거리는 해변. ⓒ 성낙선

 선녀바위 너머 선착장
선녀바위 너머 선착장성낙선
선녀바위 너머 선착장 ⓒ 성낙선

 

자전거에 친절한 인천공항철도의 또 다른 얼굴

 

돌아올 때 역시 코레일공항철도를 이용한다. 운서역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선녀바위에서 '공항남로'를 타고 내려온다. 공항남로를 타고 내려오다 인천대교를 지난 뒤, 맨 처음에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좌회전한다. 4차선 오른쪽 갓길에서 갑자기 좌회전 하는 게 쉽지 않다. 신호등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므로 차량의 흐름을 잘 파악해 조심스럽게 길을 건넌다.

 

 자전거 여행객에 친절한 인천공항철도.
자전거 여행객에 친절한 인천공항철도.성낙선
자전거 여행객에 친절한 인천공항철도. ⓒ 성낙선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전 지역이 공사중이다. 해변이 아닌 내륙은 온통 공사판이다. 그런 까닭에 도로에 안내판이 제대로 걸려 있지 않다.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는 길 역시 내내 공사판이다. 그 길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싶을 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 한다. 마을을 완전히 벗어난 후 외곽길을 우회전해서 올라가다 보면 철도가 도로 위를 가로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 도로 왼쪽에 코레일공항철도 서운역이 있다. 참고로 인천공항역은 자전거 이용 금지다.

 

코레일공항철도는 자전거여행객들에게 무척 친절하다. 철도 양쪽 끝 칸을 모두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줬다.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자전거에 이렇게 신경을 쓴 열차도 없다. 계단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미끄럼틀도 설치되어 있다. 경사가 급한 게 조금 아쉽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내다보는 바다와 갯벌 풍경도 장관이다. 이 철도는 현재 김포공항까지만 운행한다. 요금은 전철과는 별도로, 운서역과 김포공항역 사이 1800원이다.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에겐 꽤 유용한 교통 수단이다.

 

 공항남로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왼쪽에 활주로가 있고, 1,2분에 1대 꼴로 내려 앉는다.
공항남로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왼쪽에 활주로가 있고, 1,2분에 1대 꼴로 내려 앉는다.성낙선
공항남로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왼쪽에 활주로가 있고, 1,2분에 1대 꼴로 내려 앉는다. ⓒ 성낙선

 
 인천대교. 왼쪽에 보이는 뿔 모양 건축물은 기념관.
인천대교. 왼쪽에 보이는 뿔 모양 건축물은 기념관.성낙선
인천대교. 왼쪽에 보이는 뿔 모양 건축물은 기념관. ⓒ 성낙선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다 좋은데, 이 공항철도가 지독한 골치덩어리, 부실덩어리라는 거다.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 건설을 하면서 철도 이용 수요를 잘못 예측해 2007년 3월 철도 개통 후 2년 동안에만 무려 27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민간 사업자인 현대건설 등의 건설사에 고스란히 갖다 바쳤다. 당초 예측한 수요의 90%를 넘겨야 하는데, 철도 개통 결과 수요가 겨우 7%밖에 안 돼 그 부족분을 모두 혈세로 채워준 것이다.
 
90%를 예측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7%란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뭘 어떻게 예측했기에 그런 차이가 발생하느냔 말이다. 애초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건데,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결국 수요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익을 얻은 건 건설사다.
 
그런데 이런 일이 단순히 수요 예측을 잘못한 데서 비롯됐을까? 철도를 건설하는 데서 얻는 수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수요를 최대한으로 부풀려 잡았다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기업으로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되든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이런 황금 사업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러고 나서 2009년에는 이 적자투성이 철도를 코레일이 1조 2045억 원에 인수하면서 부실에 특혜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정부와 현대건설 등이 합작해 만든 적자를 그대로 국민과 코레일이 떠안은 셈이다. 눈 뜨고 앉아 코를 베인 형국이다. 그런데 정작 코 베인 사람은 자기 코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아참,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은 왕산해수욕장이다. 차로 갔을 때, 을왕리해수욕장보다 2분여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바다 위 도로.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바다 위 도로. 성낙선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바다 위 도로. ⓒ 성낙선
덧붙이는 글 지난 5월 14일에 다녀왔습니다.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을왕리해수욕장 #선녀바위 #인천공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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