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에서 먹음 유난히 맛나던 과자와 맥주와 마주볼수 있는 좌석에서 나눈 이야기와 창밖의 풍경은 잊지 못할 경춘선만의 추억이다.
김종성
속도를 얻고 낭만과 이야기를 잃다철도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표를 예매하려고 했더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기차의 좌석들은 이미 매진이다. 하는 수 없이 1시간 넘게 서서 가는 것을 각오하고 (사실은 객차 사이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갈 수 있다) 입석으로 가기로 한다.
언제부터인지 경춘선 기차를 타러 갈 때는 청량리역으로 가지 않고 6호선 전철의 거의 종점인 화랑대역으로 간다. 육군사관학교옆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는 이 간이역은 언제가도 오랜 친구 집처럼 편하고 정감있다.
청량리역에서 춘천까지 경춘선 기차는 1시간 50분 정도를 걸려 달려간다. 서울 춘천간 민자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자가용으로는 1시간도 안 걸리게 되자 사람들은 경춘선 기차의 느린 속도를 못견디고 복선 전철화 공사를 하고 있다. 앞서 파주를 거쳐 임진각을 향해 달리던 경의선 기차처럼 말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복선화된 전철을 타면 춘천가는 데 1시간 30분, 추후 몇 년 안에 1시간 정도로 빠르게 갈 수 있다고 한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슨 비즈니스로 출장가는 것도 아닌데, 효율과 편리함을 위한 이런 시간 단축이 기껍지만은 않다.
이제 사람들은 기차안을 다니는 작은 스낵카트의 과자와 맥주의 맛과, 마주앉아 나누던 이야기와 기차가 주는 여정의 낭만을 잃어버린 채, 전철의 딱딱하고 길다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MP3를 듣거나 DMB를 보면서 강촌이나 춘천에 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