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남소연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노회찬 대표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우선 유시민 전 장관이 김진표 민주당 후보를 꺾고 연합후보로 결정됐다는 정세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야권 단일후보로 김진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됐다면 차별화 노선을 걷기 쉬웠지만, 유시민 전 장관과는 차별화 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지지율 또한 유시민 전 장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겨레> 1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차범위 안에서 김문수 후보와 싸우고 있다. 4%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자 심 후보의 한 측근은 "이기는 단일화가 된다면 (심 후보가) 중도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단일화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지지율과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야 끝까지 완주해서 자기 몫을 다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무의미한 득표로 이번 선거를 마감하게 된다면 끝까지 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아직 선거는 시작도 안 했다"면서 "벌써부터 진보신당 후보들의 중도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개탄했다. 물론 유시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연합하여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를 꺾을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고 열어놓기는 했다.
그는 또 "단일화 바람에 진보정당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며 "진보신당 후보들은 TV토론에서 배제되는 등 정말 악전고투하면서 버티고 있고, 언론이 너무 안 도와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진보신당의 길무엇보다 노회찬-심상정은 진보신당의 얼굴이다. 두 후보가 주저앉으면 당도 무너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합에 몸을 싣고 이번 선거에서 하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유의미한 득표를 하지 못하게 되면 당 내부에서부터 비난이 솟구칠 것이라면서 스스로 간판을 내리게 되는 내홍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광역단체장 11곳을 포함해 전국에 200여 명의 후보를 냈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살아 돌아올 후보로 '기초의원 12곳'을 꼽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서조차 1석도 건지지 못한다면 당의 체면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진보신당의 심상정, 노회찬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예상대로 선전했다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5+4 선거연합'에서 제일 먼저 하차하고 독자노선을 걷게 되면서 정치논의의 중심에서 제외됐다. 논의의 중심에서 사라지니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중정치인들이 대중과 멀어지게 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현실가능한 전략으로 두 후보의 기초단체장 출마도 검토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찬 노원구청장, 심상정 고양시장 출마설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진보신당을 널리 알리고 영향력도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광역단체장 출마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의 영향력도 키우고 지지도도 높인다는 전략은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에 직면하게 됐다. 진보신당이 거둘 성적이 가히 좋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20일자 <PD저널>에 발표할 글을 통해 "박빙의 승부라면 핵폭탄의 위력을 지닌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를 장착한 진보신당이, 가장 형편없는 전략을 택한 결과 당 전체를 왕따 신세로 만든 과정을 따질 여유는 없다"면서도 "진보신당이 제대로 살려면 지금이라도 한미FTA나 의료민영화, 노동법, 그리고 선거제도 개편을 내세워 공개적인 '단일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소장은 "이번 정치연합이 성과를 거둬야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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