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 개선문Arco di Constantino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막센티우스를 격파한 것을 기념하여 원로원이 세운 것. 프랑스 파리나 마르세유 개선문의 시조가 되었다.
박경
프랑스 파리 개선문의 시조가 된 콘스탄티노 개선문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 귀에는 '위풍당당 행진곡'이 들리는 듯하다. 개선문 주변에는 환영의 플래카드가 휘날린다. 전차를 탄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영어명 줄리어스 시저)가 나타나고 전리품이 가득한 수레가 뒤따르고, 포로들이 속절없이 끌려들어오고 있다. 군중들은 패션 감각이 뛰어난 바람둥이 카이사르를 좀 더 가까이 보려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야단법석이다.
우쭐해진 카이사르는, 벌써부터 벗겨진 앞이마를 가리기 위해 뒤에서부터 빗어 올린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다독인다. 만인 앞에서 영웅임을 선포하는 이 화려한 개선식에서 더 이상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는 카이사르에게 뒤따르던 포로 하나가 귓속말을 건넨다.
"그래봤자 너도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일 뿐."
개선 장군이 자만심에 빠질 것을 우려해 개선식때마다 으레 설정한 관례라고는 하지만, 찬물을 확 끼얹는 이 말에, 카이사르의 입술 근육이 살짝 실룩이는 듯 했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누군가.
해적들한테 납치되었을 때에도 스스로 몸값을 올렸고, 병사들이 파업을 할 때에도 말 한마디로 역전시켰던 배짱 킹왕짱 아니던가.
뿐이랴. 손목까지 흘러내리는 술 달린 소매에 허리띠를 느슨하게 맨 토가 차림으로 한눈에 튀는 날라리 패션 원조였다. 하여 정적 술라는 이렇게 일렀다.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저 아이를 조심해라.' 바람둥이로 소문날지언정, 누구 하나라도 원한을 품는 여자가 없었다고 하니 그 뒷돈 또한 어마어마했겠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카이사르 하면, 무엇보다도 시의적절하게 한방씩 날려주는 그 멋진 말이 트레이드 마크 아니던가. 그 한마디에 총 맞은 듯 뒤집어진 마니아층, 오늘날까지 아주 두텁다.
로마 원로원의 충고를 거역하고,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널 때 한 말,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을 틈타 반기를 든 지중해 동부지역을 단번에 평정하고 외친 세마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로마제국의 기틀까지 마련한 영웅인데다가, 얼짱 몸짱 배짱 삼박자를 두루 갖춘 카이사르쯤 되고 보면 입에서 뱉는 거라면 뭐든지 화제가 되고 어록에 오를 만하다. 그리하여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마지막 말까지 잊히지 않고 회자된다.
절친한 친구이자 부하인 부루투스의 칼을 맞으며 토해낸 말, '부루투스 너마저!'
다르게 보자면 카이사르는 학살자이고 전범자일 뿐 아니라, 후세들에게 독재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손을 비스듬히 들어 올리는 히틀러의 인사법은 원래 로마식 경례였다. 카이사르를 숭배한 무솔리니가 부활시켜 히틀러에게 전수한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런 걸출한 인물을 배출해 낸 로마를 시초부터 느껴보고 싶다면 개선문 바로 곁에 위치하고 있는 팔라티노 언덕을 거쳐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