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과 육고기를 움켜쥐고 놓지 않는 산낙지의 힘
박진희
그래도 어쩌랴. 약속한 원고는 써야 했다. 육회집을 혼자 갈 수는 없으니, 같이 갈 친구를 물색했다. 웬만큼 비위 좋은 사람이 아니면 날고기 먹는 여자와 함께 갈 남자는 없을 것 같고, 동성 친구 중에서 찾아야 했다.
그렇다. 그녀다. 언젠가 결혼식 뷔페식당 안에서 그녀의 접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각종 고기와 '날 것'들이 즐비하게 담긴 접시를 보며 뭔가 사람이 먹는 음식이 담긴 밥그릇이라기보다는, 집짐승의 밥그릇이라는 느낌이 들게 했던 그녀의 접시. 그런 그녀와 함께 종로에 있는 육회집을 찾았다.
'한우가 아니면 소 열 마리로 돌려주겠다'는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 현수막이 걸린 육회전문점으로 들어간 시간은 이른 저녁 무렵이었다. 예상 외로 식당 안엔 손님들이 많았다. 육회전문점 안에는 모두 남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살짝 민망했다. 여자 둘이 복분자에 육회를 주문하려니 '짐승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살포시 붉은 육회 위에 산낙지가 올려진 '산낙육회'를 주문했다. 산낙육회, 그게 더 짐승 같나? 아무튼 둘이 충분히 먹을 정도의 양이 3만원이다(아흑, 좀 비싸다).
주문하고 오래 걸릴 것도 없이 산낙육회가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산 채로 내기만 하면 되니까. '탕탕탕' 낙지 몸뚱이를 내리치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이내 도마 위에 얹어진 붉은 고기가 우리 식탁 앞에 나왔다.
난생 처음 온 티를 팍팍 내며 어떻게 먹는지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요기 요 치즈 위에 고기 얹어 먹어도 되고예.""양념장 섞어서 산낙지랑 같이 묻혀서 먹어도 되예."사지가 잘려나간 하얀 낙지 몸통들이 고기 위에 엎드려 춤을 추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요리라기보다는 이제 요리를 해야 하는 준비재료 같아서 사실 난 젓가락질을 아주 살짝 망설였다.
함께 간 친구는 씹기 불편한 낙지들을 슥슥 걷어내고는, 시뻘건 고기를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 하나 싶을 정도로 도전적으로 젓가락을 올려 육회 한 움큼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땅콩가루와 매실액, 그리고 매운 양념장을 섞은 드레싱에 육회를 푹 담가 먹으니 살맛이 난다"며 흥을 못이기고 몸부림을 쳐댄다.
난생 처음 맛 본 육회, 이게 바로 사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