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벽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목,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박금옥
오전 4시 30분, 성삼재에 도착하니 바람과 하늘의 별들이 우리를 맞는다. 곧바로 노고단 대피소로 향했다. 벌써 여명이 시작되어 길이 어둡지 않았다. 대피소까지의 길은 대로로 정비되어 있는 곳이라 어둡다 해도 걷기에 불편한 곳은 아니다. 한 시간여가 걸려 도착했다.
대피소 취사장 안은 장바닥 같았다.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앉거나 서서 아침을 준비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였다. 그래도 노고단 대피소의 취사장은 다른 대피소에 비하면 호텔급이다. 수도가 안에 있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종주하면서 숙박과 잠시 쉬게 되는 대피소 중에서). 물론 세제는 금물이다. 물만 가지고 그 자리에서 헹굴 수 있다는 뜻이다. 양치는 소금과 계곡물로 닦았다. 물이 얼음장이라 이가 시렸다. 입안에 잠시 가두었다가 뱉었다.
오전 7시, 날은 완전히 밝았다. 아침 해가 쨍하니 추운 기를 조금 가시게 했다. 그러나 바람이 세서 기온은 높지 않았고, 두꺼운 등산복이 그리웠다. 이제 천왕봉까지 25.9㎞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신발 끈을 다시 조였다. 남편은 여러 번의 종주경험이 있다. 나는 두 번째고, 딸과 지인은 처음이다.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