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을 하기 위해 원을 만드는 관객들. 축제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부딫으며 즐긴다.
김지현
한편에서 둥근 원이 만들어지고 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이거 뭐야?" 락페에 처음 온 사진기자의 반응이다. "오예, 신난다!" 슬램을 즐기는 락페 마니아인 기자의 반응이다.
덩치 큰 남성들이 주축이 되어 커다란 원을 만들고 몇몇 사람들은 어리둥절, 몇몇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무대 위의 음악이 한껏 시끄러워지면 모두 원 안으로 뛰어들기 시작한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생판 남이라도 상관없다. 축제, 축제에서는 모두가 하나니까! 원 안으로 돌진한 관객들은 서로의 어깨와 어깨, 등과 등을 부딪히며 신나게 즐긴다. 안경이 날아가기도 하고, 신발이 벗겨지기도 한다. 머리는 죄 산발이 되고, 한껏 치장한 옷매무새도 화장도 엉망이 된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즐거운 축제, 축제니까!
밴드공연이 전부가 아니지! 월디페를 물로 보지 마!한참이나 미친듯이 슬램을 하고서 탈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몸소 체감한 후에, 내귀에 도청장치와 이상은이 나오거나 말거나 기자는 스테이지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노는 것도 좋지만 야외에서 축제를 즐길 때는 항상 화상과(상단의 사진을 참조해주길 바란다) 탈진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신발끈은 미리 꼭 조이고 부서질 만한 물건이나 귀중품은 아예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슬램을 하다가 헤드폰이 망가졌댔다.
물과 맥주를 사 마시고 한 숨 돌리며 공연장을 이모저모 뜯어보니, 락페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기자의 눈에 월디페의 탄탄한 기획이 들어왔다. 주 무대에서의 공연 외에 보조 무대에서도 신나는 클럽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가설 건물로 어둑어둑한 클럽 분위기를 조성한 블랙존에서도 신나는 힙합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너트립 스테이지라고 명명된, 또하나의 무대에서는 밴드나 디제잉 외에도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