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첸드슈렌오른쪽 다리가 종양으로 부풀어 있다.
고기복
중환자실에 실려 간 날부터 지금까지 첸드슈렌은 신장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 폐와 복부에 물이 차서 호흡이 자유롭지 못해 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온몸에 주사 바늘을 꽂고 눈까지 가린 상태로 누워있는 첸드슈렌은 호흡기를 부착하고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어버이날 중환자실에서 아이와 그 부모를 만나 보았습니다. 온 몸에 주사 바늘이 꽂혀 있는 아이의 발은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탓인지 온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발을 주무르며 첸드슈렌 엄마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빠인 잠발 역시 눈이 벌겋게 된 걸로 봐서 한참을 울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첸드슈렌 부모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던 집을 팔았고, 아이의 조부모와 동생은 지금 창고로 쓰던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첸드슈렌의 아버지 잠발은 러시아에 국비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막노동입니다. 조경 일을 하는 곳에서 나무를 심고, 나무 가지치기를 한다고 합니다. 병든 아이 곁을 늘 지키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일을 하며,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유학까지 갔다 왔던 사람의 자존심은 자식을 위해 내던진 지 이미 오래됩니다.
잠발을 보고 있노라면 가시고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가시고기는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기 전까지 온 몸을 뜯기면서까지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며 알을 지킵니다. 그러다가 알이 부화해서 떠나면 돌 틈에 머리를 쳐 박고 죽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잠발은 딸아이가 중환자실로 들어간 후 말수가 적어졌습니다.
지난 4월 10일 입원할 때만 해도 항암치료를 며칠 받고 나서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항암치료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가졌던 희망이 이제는 절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버지 잠발은 두렵기만 합니다. 입원한 지 한 달이 다 되는 지금, 아이가 완치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중환자실로 들어간 이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쌓여가는 병원비 문제도 문제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 점차 희미해지는 현실에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첸드슈렌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트
http://www.withgo.or.kr/
http://happylog.naver.com/migrant6644/rdona/H000000029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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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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