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단원들이 회룡포 주변 내성천을 따라 걷고 있다. "아! 시원해!"를 연발하던 이들이 " 이 아름다운 백사장이 없어지면 어떡해"하며 걱정이다. 배낭에는 "낙동강 그대로 흐르게 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오문수
물속을 걸으면 갑자기 발밑이 간지럽다. 그렇다. 팔뚝만한 모래무지가 발밑에 밟혔다. 놓칠세라 힘주고 있다가 그대로 앉아 발밑에 손을 넣어 팔뚝만한 고기를 잡는다. 눈을 뜨고 아무리 헤엄쳐도 눈병마저 나지 않을 정도로 맑았던 강.
모래사장을 달리며 축구하다 배고프면 강변 감자밭으로 기어가 감자서리를 하곤 했다. 강변에는 홍수 때 상류에서 떠내려 온 마른 물풀이며 나무 등걸이 넘쳤다. 검게 탄 감자 껍질을 벗겨 맛있게 먹고 난 손바닥은 이내 친구 얼굴에 화장을 했다. 그만큼 강변 백사장은 아이들 놀이터였고 새와 개미귀신의 집이었다.
갑자기 다리를 절룩거리며 끼룩끼룩 소리를 내고 도망가는 물새 근처엔 물새알이나 새끼가 있다. 물새가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연막전술을 치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면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개구리참외나 수박은 수영선수가 되어버린 친구들에게는 좋은 먹이다. 햇빛에 화상을 입어 몇 번씩이나 껍질이 벗겨져 쓰라렸던 친구들. 개학하면 흑인과 비슷하게 변해버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웃는다. 이유는 묻지도 아니 물을 필요도 없다.
우리 동네 쪽과 건너편 강가에 세워진 뱃사공 쉼터. 장날 저녁 무렵이면 술 취한 취객이 가끔씩 "어이! 사공! 어이! 사공!"하던 모습은 추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낙동강에 보를 쌓는다고 한다. 보를 쌓으면 낙동강변에 하얗게 쌓였던 모래가 물속에 잠긴다. 회룡포 모래도 더 이상 볼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모래가 없는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라 호수다. 노래속에 나오는 독일 라인강에 있는 로렐라이 언덕을 가보라. 회룡포를 굽이쳐 돌아가는 낙동강, 지금도 강변을 끼고 꽥꽥소리를 내며 기차가 달리는 섬진강처럼 그렇게 예쁜가.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하상에 퇴적되어 있는 오염물질을 든다. 오염물질 때문에 하천수질이 악화되므로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퇴적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준설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1990년과 1993년에, 국립환경연구원에서 1998년에, 환경관리공단에서 1999년에,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한 준설을 검토했으나 수질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포기한 적이 있다.
준설은 준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 재퇴적 가능성, 준설토 처리의 어려움, 과도한 비용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커 효율성이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2007년 안동댐 퇴사량 조사(3차)보고서에 따르면, 안동댐의 퇴사량이 109㎥/㎢/yr이다. 안동댐 퇴사량을 감안하면 109㎥/㎢/yr x 23,817㎢ x 15년 = 0.39억㎥이 된다. 따라서 4.4억㎥의 퇴사량은 낙동강 유역에서 약 150년간 유출되는 모래의 양에 해당한다(대한하천학회 자료집).
우리나라 준설선을 다 확보하여 낙동강에 투입해도 이만한 물량을 2년 내에 준설하기도 어렵거니와 준설한 모래를 쌓아둘 야적장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규모 준설로 인한 교량 기초의 안전성 문제도 별도로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김씨의 말에 의하면 "낙동강에 세워진 90개 다리 중 80개의 다리에 교각보강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