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나라당에서 15년 일한 내가 좌파라니?"

등록 2010.05.06 22:56수정 2010.05.0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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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7일 0시 10분]

지난 3월 23일 '봉은사 외압' 기자회견을 했던 김영국(전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씨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불교자주실천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한겨레>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씨가 "봉은사 외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청와대의 무마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김씨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통화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후배 A씨로부터 "기자회견 못 막으면 문책당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김씨의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한 게 아니라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얘기여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그 동안 언론 인터뷰를 피한 이유에 대해 " A에게 다 뒤집어씌우고 이 수석은 '나는 모른다, 직접 통화한 적 없다'고 하면 책임질 사람 뻔하다"며 "나로서는 A를 보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동관 수석이 본인을 좌파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당을 위해) 고작 3년 일한 사람이 한나라당에 15년간 청춘을 바친 나에게 좌파라고 할 수 있냐"며 "진실을 밝히는 걸 좌파라고 하면 나는 그냥 좌파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와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 오늘 경찰 조사 분위기는 어땠나?
"경찰도 조심하더라. 함부로 대했다가 나에게 또... (웃음) 서울경찰청에서 후배 A를 만났다. A와 나의 관계는 친동생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내가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왔을 때 A의 신혼집에 6개월간 산 일이 있을 정도다. 그날 이후 A와 연락도 않고 만난 일도 없다가 오늘 만나게 됐다."

- A가 무슨 일로 경찰에 왔나?
"경찰에서 얘기해준 것 같은데... 내가 조사받는 중에 조사실 안으로 들어와서 나도 좀 황당했다. 양측 대질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못하겠다고 했다."


- A와 무슨 얘기를 나눴나?
"A가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형님이 저에게 그러실 수 있냐'고 하더라. 경찰조사는 힘들지 않았는데 A를 보고 가슴이 팍팍 막히더라."

- (이동관 수석과의 통화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밖에 얘기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 왜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했나?
"당시 대화가 녹음된 것도 아니고 둘 중 한 사람이 거짓말하는 진실게임이다. 나는 이 수석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면 이동관은 빠져나가고 A만 다친다고 생각했다. 나로서는 A를 보호하고 싶었다. 뻔한 것 아니냐? A에게 다 뒤집어씌우고 이 수석은 '나는 모른다, 직접 통화한 적 없다'고 하면 책임질 사람 뻔하지. A가 나의 10년 후배인데, 뒷조사니 사면복권이니 하는 얘기를 할 위치가 아니다."

- "VIP에게 보고해야 하니 빨리 대답해달라"는 얘기를 한 것은 A인가?
"그렇다. (이동관 수석과) 통화한 후 들어오더니 '형, 지금 VIP에게 보고해야 한 대요'라고 했다. 내가 '이게 VIP에게 보고할 사안이냐?'라고 되물었더니 A가 'VIP가 형을 잘 알잖아요?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라고 답하더라.

- A가 이동관 수석을 통해 VIP에게 보고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 술자리에 배석한 3명이 본인이 이동관 수석과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나?
"그건 아니다. 이 수석과의 통화는 카페 밖에서 이뤄졌다."

- '사면복권' 발언 말고는 A가 이 수석과 한 얘기를 나머지 4명에게 전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인연이 있나?
"2006년부터 후보시절의 대통령을 3번 만났다. 나는 손학규 전 지사의 사람이었는데, MB가 날 처음 만났을 때 '김영국씨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같이 갈 것 아니냐? 현실적으로 손 전 지사는 지지도가 낮고, 나와 박근혜 전 대표 싸움인데 함께 가자'고 하셔서 내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 후로도 2번 더 만났다. 한 번 더 만났다면 나도 (MB 쪽으로) 넘어갔을 텐데, 손학규를 배신하고 MB에게 간다는 것도 그랬다. MB의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시끄러웠고... 고민 끝에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특보 시켜주시면 정당생활 정리하겠다"고 청했다. MB에게 가느니 정당생활을 잠시 정리할 생각으로 2007년 2월2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 이후에는 MB가 오라는 얘기를 안 하더라. 총무원장 모시고 한 번 만났지만, 덕담 이상의 얘기는 없었다."

- 이동관 수석과는 면식이 없나?
"2007년 11월16일 BBK사건의 김경준씨가 송환되는 시점을 전후로 해서 정종복 의원(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상황실장)을 만나러 갔는데 A가 정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 수석이 지나가니 A가 "친한 형인데, 조계종 총무원장 특보로 있다"고 나를 소개했다. 그후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명함 하나 주고받았으니 이 수석이 날 기억하겠나? 나야 이 수석 얼굴을 TV에서 계속 봤으니..."

- 작년 11월13일 안상수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날 때 '좌파 주지' 발언한 것을 왜 알렸나?
"안상수 의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억울할 것이다. '좌파 주지' 얘기는 안 의원 말고도 (한나라당 사람들로부터) 숱하게 들은 얘기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자기가 모든 것을 주도한 것처럼 비치니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장 앞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불교계를 우습게 본 것이다."

-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
"A의 거취 말고는 없다. A는 '기자회견 못 막으면 저는 문책당한다'는 말까지 했다. A를 내게 보내서 만류한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사면복권이니 뒷조사한다는 얘기도 이해가 안 간다. 내가 A보다 10살이나 나이가 많고, 그를 아주 잘 아는데, 누군가의 사주를 받지 않고서야 절대로 내게 그런 얘기를 할 인물이 아니다."

- A가 공명심 때문에 스스로 일을 벌인 게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는 말인가?
"나를 처음보자마자 한 얘기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난리가 났다. 이동관 홍보수석을 만나라'는 것이었다. 이 수석이 보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 이동관 수석이 명진 스님뿐아니라 본인까지 고소한다는 얘기가 있다.
"뭐...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는 거죠. 나도 YS시절 실세 국회의원을 모셔봤다.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면 좌우를 안 살피고 앞만 보더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권력 잡으면 자기 맘대로 되니까... 하지만 그런 게 착각이다. 이런 비유를 하면 그쪽 사람들이 움찔하겠지만 나치 추종자들도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했지, 틀리다고 생각했겠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겠죠."

- 지난달 21일 <불교포커스>에 "이동관 수석과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는 본인의 발언이 실렸는데, 나중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기사 때문에 "김영국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교포커스> S 기자와 3월29일 인터뷰를 했는데, 그에게도 이동관 수석과 있었던 일을 얘기해준 적이 있다. 하지만 A에게 불똥이 튈 것 같아서 A의 전화를 사용했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 뒤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온 후 S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이 수석이 김영국과 직접 통화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물었다. S 기자에게 '지금 말 못할 사정 있으니 기사를 쓰지마라'고 부탁했는데, S 기자는 '지금 얘기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내 휴대폰으로) 직접 통화한 적 없다. 나는 그분에 대해 더 이상 알고싶지 않다'고 답했는데, 그런 기사가 나가버린 것이다."

- 이동관 수석이 본인을 좌파라고 지칭했는데...
"이 수석은 2007년 대선부터 한나라당을 위해 일하지 않았나? 나는 1992년 민자당부터 2007년까지 한나라당에 15년을 몸 담았는데, 고작 3년 일한 사람이 한나라당에 청춘을 바친 나에게 좌파라고 할 수 있나? 진실을 밝히는 걸 좌파라고 하면 나는 그냥 좌파를 하겠다."
#김영국 #이동관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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