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명함의 모습. 명함에 복권을 끌어들였다.
고수진
일단 답답하고 어색한 미소를 짓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 참신합니다. 공약과 상관없는 약력 자체를 지워버리고 공약 설명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즉석복권처럼 명함의 은박(?)을 긁으면 각각의 공약이 드러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수동적으로 후보들의 공약과 약력을 피곤하게 읽는 것보다는 직접 긁어서 공약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이 더 재미있고 신기하긴 합니다. 이 후보가 공약들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명함 덕에 친구와 길거리에 서서 오랜만에 동전으로 긁어봤네요. 복권은 예전에 본전치기한 것이 다였는데. 처음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서 부모님 내복 한 벌 사기 전에 복권부터 한 장 샀었던 불효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공약대로 이뤄진다면야 용산 주민으로서 그깟 복권이 문제겠습니까마는.
물론 제가 너무 어려서 재미있거나 신기한 것만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답답하고 지루한 것은 살아남기 힘들지요. 특히나 한 번 보고 말 것을 두 번 보게 하고, 세 번 보게 하는 것이 선거 홍보물의 본질적인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그 선거 홍보물이 담고 있는 공약들로 인해 앞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이 바뀐다면? 다시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진부한 정치는 '외면' 당한다 이번 6.2 지방선거를 위해 뿌려진 명함들을 보고 있자니, 정치인과 연예인은 어떤 면에서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로 주름 없는 얼굴들이 실제 나이보다 참 젊어 보인다는 점이고(현대 의학시술에 기댄 건지, 사진과학의 힘을 빌렸는지 모르지만^^:) 둘째로 직업 혹은 평소의 성품에 따라 웃는 표정의 숙련도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모두 환하게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예인도, 정치인도 모두 자기 직업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요. 결국 자신의 좋은 모습, 좋은 성품, 스스로 지켜온 나름의 철학과 신념을 대중에게, 혹은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한다는 면에서요.
하지만 지금의 정치인과 연예인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은 새롭고 재미있어요. 아니, 새롭고 재미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연예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욱 나아가기 위해 매번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정치인들은 어떤가요? 너무나도 재미없습니다. 진부합니다. 유권자들에게 권위가 아닌 친근함으로, 화려한 약력이 아닌 마음 깊이 와닿을 수 있는 참신하고 진심어린 공약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답답합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차세대 디자이너를 뽑는 한 케이블 프로에서 이렇게 말하죠.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한다구요.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해봅니다.
'진보'한 정치는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정치는 외면당한다.재미없는 선거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상상력 없는 선거 역시 지겹습니다. 파괴와 창조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세상 모든 만물의 법칙인데, 정치는 그 발전이 더딘 것이 명함 하나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상력이란, 곧 변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부함을 벗어난 창조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명함, 그리고 그 명함의 후보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것이 유권자의 당연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작 명함 몇 장으로 너무 앞서간다고요? 명함 몇 장을 보고도 알 수 있는 것이 우리 정치판 돌아가는 현실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고루하고 답답한 정치를 해왔다는 거,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 제발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제발 진부한 사람들은 이제 그만 정치의 사각링에서 '루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쾌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정치를 보고 싶은 20대 유권자의 꿈이, 그냥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100% 당첨? 구질구질한 공약이 달라 보이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