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의 본질은 정권의 무능

46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등록 2010.05.03 11:16수정 2010.05.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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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와 희생자의 사이에서..

우리는 천안함 침몰 이후 희생자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위기 앞에서 얼마나 이성적이지 못하며, 이해 관계자들이 수 십 명의 무고한 생명이 떼죽음을 당한 비극조차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고 있다.

나는 졸지에 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보상을 해 준다고 할지라도 희생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을 영웅 혹은 용사라며 미화하거나 희생자 전원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한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희생자들을 과도하게 미화한 추도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날조된 거짓 추모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주 용맹스러운 사람이란 뜻을 가진 용사라는 말이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각인된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전쟁 당시 화력의 절대 열세 상황에서 아군의 승리를 위해 폭탄 한발씩을 안고 적의 참호에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한 육탄 10용사일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희생자의 대부분은 단지 그들이 침몰 당시 그 배에 타고 있었다는 것 외에 달리 그들을 용맹하다고 기릴 만한 사유가 없다. 그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용사는 물론 아니다.

훈장 수여자로서 기려야 할 무공이란 것도 그렇다. 천안함이 적의 공격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다른 원인으로 침몰했던 간에 함정이 침몰하고 수 십 명이 희생당한 것은 어떤 면으로도 무공을 세웠다고 볼 수 없다. 적에 의해 침몰한 것이라면 경계와 전투에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며 다른 이유로 침몰했다면 관리 부실이나 혹은 지휘관의 상황판단 오류 등 오히려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이 비극적인 참사의 책임이 46인의 희생자들에게 있다는 뜻은 아니다. 희생자들은 그 중 누구라 할지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 배에 탔고, 그 배의 안전을 책임지거나 적의 기습에 대비하는 태세를 책임져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들은 침몰 상황에서 용맹을 과시하지도 무공을 세우지도 못했다는 것 역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용사가 아니라, 단지 불행한 사건의 희생자일 뿐이다.

사태의 본질은 정부와 군의 무능


천안함 침몰은 전시가 아닌 상태에서 1천 톤이 넘는 무장 함정이 작전 도중 침몰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추측들 중 어떤 것이 침몰의 원인이던 간에 이 충격적인 사태에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주체는 정부와 군 당국이다.

침몰이 군 수뇌부와 보수 측이 암시하는 대로 북측의 공격 때문이었다면 우리 군은 적이 함정에 접근 공격하고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적이 어떻게 접근했는지 어떤 무기로 어떻게 공격하고 현장을 빠져나갔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니, 정부와 군 지휘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가 안보 면에서 가장 무능한 정권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를 방문 중인 대통령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강한 나라"라고 했다는 데, 함정이 적의 공격으로 침몰당하고도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의 소행인지조차 밝히지 못하는 '강한 나라'란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말하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세치혀로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헛된 지혜만 돋보일 뿐이다.

또 다른 추정 그러니까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 후 침수가 먼저 진행되고 압력 때문에 배가 뒤틀리며 찢어졌다거나, 혹은 근처에서 작전 중인 잠수함의 부상 혹은 아군의 오인 공격 등 갖가지 설들 중 하나가 침몰의 원인이라면, 정부와 군 당국은 충격적인 사고를 당한 것도 부족해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유사사태의 발생을 방조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원인으로 배가 침몰했다면 군은 더 이상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여타 함정의 안전상태 점검은 물론이며 항로의 안전, 비상시 대피와 구조 등의 대응 매뉴얼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관계자에 숙지시켜 다른 함정에서 근무하는 해군 장병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때이다.

사건 이후 해군 지원자가 급감하거나, 피할 수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군에 가는 걸 피해야 한다는 자조가 난무하는 사회의 반응은 당연한 조건반사다. 수 십 명이 희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정작 이를 책임지고 수습해야할 정부와 군 당국이 정작 사태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책임 소재를 몽땅 북측이나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려하는 뻔뻔한 태도에 어떤 국민이 진심으로 충성하겠는가?

정부와 군은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무능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  눈 앞에 위기가 있으니 우선 단합하자거나 국론통일이 어쩌구 하는 말들은 그 다음에나 비로소 거론해 볼 머나먼 일이다.
#천안함 침몰 #무능한 정권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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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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