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30일 이동하는 차량에서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동승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소연
"서울 뉴타운 정책은 오세훈 시장의 헛바람 정책"한 전 총리는 "자신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데는 이명박정부의 실정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민주주의 후퇴, 개발위주 전시행정, 언론장악, 4대강 사업 등 국민들이 불신하고 피곤해하는 데도 아랑곳없는 정치를 보면서 최소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권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상당한 불안감이 있다"며 "국민의 삶의 질, 교육, 노후보장, 주거문제 등에서 차별화 된 민주진영의 정책으로 도전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합정치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목표는 연합후보"라며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헛바람을 넣어놔서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며 "원주민 정착률이 10%밖에 안 되는 뉴타운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기존의 동네를 다 쓸어버리고 새 아파트로 단지화 하는 '아파트 서울공화국'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뉴타운처럼 헛된 꿈만 심어주고, 들어가야 하는 사람은 다 외부로 쫓겨나는 식은 철저히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공공계약 민간주택을 늘리겠다"며 "낡은 민간주택을 리모델링 하고 도서관과 주차공간, 공원 등 자족기능이 함께 하는 '10분 동네 플랜'을 짤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해 가을까지 만해도 서울시장에 관심 없다고 했다. 왜 출마를 결심하게 됐나. "나는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다. 서울시장 뿐 아니라 선출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내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원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오바마, 클린턴 같은 사람들이 40대에 탁탁 대통령이 되는데, 우리도 서울시장은 후배들이 나서서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제 내 역할은 리더를 만들어내는 '메이킹' 정도로 생각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내 역할은 그 정도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내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그런 기대가 몰려왔다.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됐고, 이런 여론은 내게 솔직히 압박이 됐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었다면 과연 검찰이 이런 사건을 만들었겠나 싶었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나는 내가 서울시장 후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게 됐다. 그러나 반드시 그 사건 때문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우리 민주개혁진영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 절박감이 우리 안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검찰조사 받을 때 매일 도시락을 싼 까닭- 항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출마를 결심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 과정에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사람을 죽이는 데까지 사건을 몰고 갔다. 나는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묵비권을 행사했고 검찰이 제공하는 밥도 안 먹었다. 당신들(검찰) 못 믿겠다고 했다. 매일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다. 나는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이들이 나를 구치감 같은데서 하룻밤 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지난 9일 곽영욱 뇌물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79년 '크리스찬아카데미사건'으로 구속된 뒤 31년 만에 검찰수사를 겪었는데 그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건 뭔가. "구타 고문이 없었다는 것만 다르지 검찰이 강요하고 회유하고 유도하는 것은 7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 나는 검찰의 의도와 목적을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다. 검찰의 심문을 듣다보면 핵심적인 건 몇 마디 없고 다 흠집잡기였다. 검찰의 의도가 너무 낱낱이 드러나니까 이건 참 인간적으로 참기 힘든 거였다.
그러나 버티지 않으면 전체가 무너진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끝까지 잘 극복했다. 대한민국 검찰, 참 치졸하다. 요즘 '검사와 스폰서' 파문을 보면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정부에서도 검찰개혁을 추진하다 잘 안 됐는데, 적어도 국가검찰과 지방검찰로는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는 데 이명박정부 실정도 작용했나."이명박 정부 이후 국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민주주의가 많이 후퇴했다. 너무 개발위주로 밀어붙이기식이다. 국민들과 협의 없이 불통한다. 개발 전시 행정, 언론장악,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개발위주의 삽질경제 등 모두 과거 회귀형이다. 국민들이 불신하고 피곤해하는 데도 아랑곳없다. 그래서 최소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권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상당한 불안감이 있다. 국민의 삶의 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제대로 할 수 있나, 노후보장, 주거문제 등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주진영의 정책으로 도전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행복권을 찾아야 한다."
- '5만 달러' 뇌물수수 무죄판결 직후 검찰은 또 불법 정치자금 9억 수수 관련 '별건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이 공표한 피의사실을 그대로 보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두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법상 피의사실 공표가 금지돼 있는데 너무나 명백하게 이를 위반한 언론들이다. (한참 쉬었다가) 우리가 만든 나라인데 이렇게까지 후퇴를 한다."
- 지금은 서울시장 민주당 예비후보다. 만일 연합정치가 성사됐다면 범민주단일후보로 위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목표는 연합후보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가장 먼저 빠져나갔다. 중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당끼리 연합하나?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여전히 목표는 연합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