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4대강 지키기 연합예배'.
유성호
예배 중반 들어서 성요한 신부가 통기타 반주에 맞춰 '4대강 아리랑'을 부르고 김현배 목사가 설교를 하자 장내 공기는 서서히 집회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현배 목사는 "하나님이 지금 이 나라 자연을 보면 '참 싫다' 하실 것"이라며 "모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있을 텐데도 왜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단상에 오른 전병생 목사는 '강도만난 4대강을 지키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전 목사는 "아무리 거짓말을 많이 해도 잘 살게 해주면 좋다며 CEO 대통령을 뽑은 우리의 죄를 고백한다"며 "시멘트로 떡칠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정부가 참회하게 해달라"라고 기도했다.
그는 "(참회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능력으로 심판하여 그 권자에서 내쳐달라"며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반대하는 물결이 거리에 넘치게 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가 가장 달아오른 것은 목사와 신도들이 함께 구호를 외친 때였다. 양재성 목사는 신도들에게 '4대강 개발 중단', '강은 우리의 생명'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도록 독려했다. 신도들은 대성당에 들어오면서 받은 연둣빛 손 팻말을 들었다.
이후 양 목사가 "생명의 강 보존하여 창조질서 지켜내자"라고 구호를 선창하자 신도들은 "지켜내자"라고 답했다. 양 목사가 "4대강 사업이 중단 될 것이라 확신 합니다"라고 말하자 신도들은 대성당이 크게 울릴 정도로 크게 "아멘"을 외쳤다.
예배에는 김용택 시인의 '그 강에 가고 싶다'가 낭송 되었고, '힘 내라 맑은 물','그냥 놔 두세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는 등 여느 예배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연출되었다.
"4대강 사업 막는 행동 중 하나는 투표"2시간 30분 동안 열띠게 진행된 예배를 마치고 나온 김준식씨는 "자연적으로 풍족한 이 땅을 정부는 왜 망치려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4대강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잘 모르는데 오늘 집회(예배)가 많은 이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씨는 "매주 이곳 저곳에서 예배를 하는데 너무 소규모여서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많이 모였으니 그 목소리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며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투표도 그 행동 중 하나"라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관위가 종교계의 움직임에 과도한 개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4대강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문제 삼는 것은 자신들이 무언가 찔려서 그러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행동을 막는 기만적인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26일, 선관위는 종교단체가 4대강 사업 관련 현수막을 걸거나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4대강 사업 찬반 홍보책자를 배부할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4대강 지키기 연합예배가 끝난 후 천안함 희생자 추모 기도회가 이어졌다. 추모 기도회는 시청 앞 천안함 분향소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본래 '4대강 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청 앞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경찰 측에서 피켓을 들 경우 집회로 간주해 이를 막겠다고 해 피켓은 들지 않고 움직였다.
대신 신도들은 하늘색 천을 손에 들었다. 천은 '우리의 강'을 상징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경찰은 피켓은 안 되고 4대강을 나타내는 상징물은 허용하는 '무규칙' 규제의 일면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조용희 목사는 "4대강은 정치적 문제라기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본질적인 문제"라며 "이 운동을 정치적으로만 보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라며 종교계가 4대강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을 막은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