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봉. 혼자 겨우 서있을 정도의 면적이다. 뒤쪽은 낭떠러지, 앞쪽으로 서쪽의 행궁과 사방이 내려다보인다.
박금옥
넓은 평지에 바위 하나가 솟아있다. 벌봉이다. 그리 웅장해 보이지도 않는다. 여러 개의 바위조각들이 아무렇게나 뭉쳐서 큰 바위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주위의 숲이 깊어서 그런지 바위는 높지 않다. 바로 옆에 있는 암문으로 나가서 보면 벌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벌봉이라고 한다.
벌봉을 오르는데 무너진 성곽의 담장 돌들이 어지럽게 발에 밟힌다. 의심하면서 올랐다. 설마 이런 높이에서 성안이 보인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꼭대기에 오르니 봉이 위엄을 갖춘다. 뒤쪽은 낭떠러지요 사방이 트이면서 신기할 정도로 멀리 있는 서쪽의 행궁이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다. 바위가 위험해서 담대한 몇 사람만 겨우 꼭대기에 올라 보았다. 벌봉의 밑은 넓은 평지다. 그 앞에서 다리쉼을 하며 점심을 먹었다.
북문을 가기위해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암문으로 나왔다. 100m쯤에서 표지판을 만났는데 북문과 이어지는 성곽길은 화살표가 하늘로 향해있다. 그런데 왼쪽으로 말끔하게 다듬어진 숲길이 나 있고 인솔자가 그리로 간다. 이상하다. 길이 아래로 나있는데 화살표는 왜 위로 되어 있을까 생각하면서 한참을 완만한 내리막길로 내려왔다. 성곽은 나오지 않는다. 그때서야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왼쪽 숲에는 망월사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현절사가 나온다. 내려오니 도로 맞은편이 산성역사관이다. 처음 시작했던 지점이다. 30분이 소요되었다. 할 수 없이 산성로터리에서 다시 북문으로 올랐다. 그래도 힘들지 않았던 것은 내려오는 산길이 아름다웠다. 새순이 돋기 시작한 연초록의 나무들은 사람들을 유순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