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에 떠오른 2009 개정 교육과정

[김재훈의 입시뉴스] 학교현장의 혼란

등록 2010.04.27 14:02수정 2010.04.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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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7일에 확정 고시된 2009 개정교육과정이 드디어 학교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교육과정은 교육의 중핵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한 나라의 교육을 움직이는 중심추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개정에는 최소 10여 년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낸 2009개정교육과정은 2011년이란 적용 시기를 못박아 놓고 추진하다 보니 여러가지 고려할 점들이 무시된 채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전까지의 교육과정들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속에는 교육학적 철학의 기반 위에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은 완벽한 경제 논리와 시장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교육과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검토해보자.

문제점 1 [집중이수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한 학기당 8과목으로 줄이면서 주당 1~2시간하는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실과 등의 과목을 한학기에 몰아서 집중이수하는 제도이다. 물론 교과부는 어느 특정 과목을 몰아서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학교 현실에서는 당연히 위의 과목들을 통합하여 가르쳐야 학기당 8과목에 맞출 수 있다. 이는 마치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의사의 권유를 아침에는 반찬만 점심에는 고기만 저녁에는 채소만 먹고 골고루 먹는다는 논리와 같다. 인성이나 체력, 예술적 심미안이 어느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기르고 말아야 한다는 어불성설의 논리가 바로 집중이수제이다.

문제점 2 [담임은 누가 맡을 것인가]: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가 먼저 생각나는가? 그것은 바로 담임이다. 커가는 학생들에게 있어 담임의 역할이란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집중이수제가 실시되면 1학기 때는 배우다가 2학기 때는 안 배우는 과목이 속출한다. 또한 반대로 1학기 때는 안 배우다가 2학기 때 배우는 과목도 많아진다. 그러면 담임을 맡았을 경우 한 학기만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나머지 학기는 전혀 수업이 없는 상태에서 담임을 해야 한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심리상태 및 학습상태를 살펴봐야 하는 담임의 역할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문제점 3 [불보듯 뻔한 고등학교의 입시학원화] : 현재 고1까지 되어 있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이번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중3까지로 축소된다. 이제 고등학교는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전면화됨으로써 국영수 중심의 입시학원화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학교에게 주어진 자율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면 좋겠지만, 학부모의 요구, 지역사회의 요구 등이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것을 원할 때 이를 도외시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영어인증시험 대비반을 만들자, 수학경시대회반을 만들자, 유학반을 만들자 등등 학부모의 요구가 학교를 입시학원화 할 소지가 있다. 또한 교육과정 자율화 범위를 각 학교별로 20%까지 줌으로써 이것이 국영수 위주로 편성될 가능성이 많다. 한편 세계적인 추세가 국민기초교육의 확대인데 이번 개정교육과정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다.


문제점 4 [입학사정관제와 2009개정 교육과정] : 사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의 목표는 입학사정관제의 조기 정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거기에 맞추다 보니 번개불에 콩튀듯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묻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사실 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의 비율은 매우 낮다. 입학사정권제는 권장할 만한 입시제도이지만 모든 학생을 그리로 몰아넣는 것은 또 다른 획일화인 것이다. 과거 이해찬 세대 때도 '뭐 하나만 잘 하면 대학갈 수 있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속았었다. 내신도 수능도 잘하고 그 '뭐하나'도 잘해야 대학을 갈 수 있었다. 입학사정관제도 한줄세우기식 현존 입시가 있는 한 성공하긴 어렵다. 


문제점 5 [우려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 7차 교육과정에서 창의정 재량활동이 2단위로 편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명칭이 바뀌어 4단위 즉, 주당 4시간으로 확대편성 되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창의적 재량활동이 허드레 과목으로 전락하거나 국영수 심화 수업으로 전락된 경우도 있었다. 4시간으로 확대된 창의적 체험활동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창의적 체험 활동에 학부모의 역할을 확대하고 학교간 경쟁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는 전국적인 적용이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도농간 지역간 학교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21세기 대세는 자율과 다양성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이런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면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획일적인 교육과정보다는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율권의 효과적인 사용에 있다. 따라서 교과부나 각 시도교육청은 모니터링을 잘하여 학교에 주어진 자율권이 한쪽 방향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교육과정의 문제점 #집중이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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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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