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잠수부가 직접 캐낸 키조개라오"

전남 장흥 수문마을 키조개, 고소하고 담백한 맛 일품

등록 2010.04.26 11:09수정 2010.04.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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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조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키조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장흥군
키조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장흥군

곡식 같은 것을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를 '키'라 한다. 오래 전, 어린이들이 밤새 이불에 오줌을 쌌을 때 그 벌로 소금을 얻어오라고 보낼 때 뒤집어 쓰기도 했었다. 이것을 닮은 조개를 '키조개'라 한다. '조개의 왕'으로 통하는 키조개는 이 키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키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키조개는 산란하기 직전인 봄, 바로 지금이 제철이다. 살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을 때가 지금이기 때문이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치거나 나박나박하게 썰어 회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미식가들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이 키조개는 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함량이 많다. 빈혈과 동맥경화 예방에 좋은 이유다. 타우린과 칼슘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타우린은 체내 지방을 분해하고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다이어트에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 결과다.

 

 득량만과 수문마을 전경. 전국적인 키조개 주산지다.
득량만과 수문마을 전경. 전국적인 키조개 주산지다.이돈삼
득량만과 수문마을 전경. 전국적인 키조개 주산지다. ⓒ 이돈삼

 키조개 채취. 잠수부들이 하나씩 캐낸 키조개를 한꺼번에 걷어 올리고 있다.
키조개 채취. 잠수부들이 하나씩 캐낸 키조개를 한꺼번에 걷어 올리고 있다.이돈삼
키조개 채취. 잠수부들이 하나씩 캐낸 키조개를 한꺼번에 걷어 올리고 있다. ⓒ 이돈삼

이 키조개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하는 곳이 전라남도 장흥군 안양면 수문마을이다. 하여, 수문마을은 '키조개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드넓은 득량만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마을 앞바다는 시쳇말로 '키조개 밭'에 다름 아니다. 키조개 양식장이 무려 200㏊에 이른다. 주민들은 여기서 해마다 키조개 100만 여개(6000톤) 채취한다.

 

득량만은 물결이 잔잔하다. 수심도 얕다. 키조개 생육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은 키조개에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한다. 덕분에 다른 지역보다 키조개의 성장속도가 1년 이상 빠르다. 다른 지역에선 성패로 성장하는데 4~5년 걸린다.

 

하지만 이곳 수문 앞바다에선 2~3년이면 어른 손바닥만한 성패로 자란다. 키조개 양식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종패를 심을 때도 잠수부가 수심 6~7m의 갯벌까지 들어가 직접 한다. 채취할 때도 잠수부가 일일이 캐내야 한다.

 

이렇게 캐낸 키조개의 절반은 일본인들의 식탁에 오른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키조개의 80%에 해당한다. 일본인들의 식탁에 오른다는 건 그만큼 맛이 좋다는 증거다. 전국에서 제일 가는 키조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키조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박상기 키조개마을 운영위원장. 뒤로 보이는 마을이 장흥 수문마을이다.
키조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박상기 키조개마을 운영위원장. 뒤로 보이는 마을이 장흥 수문마을이다.이돈삼
키조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박상기 키조개마을 운영위원장. 뒤로 보이는 마을이 장흥 수문마을이다. ⓒ 이돈삼

 입맛 돋우는 키조개회. 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품이다.
입맛 돋우는 키조개회. 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품이다. 이돈삼
입맛 돋우는 키조개회. 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품이다. ⓒ 이돈삼

수산물지리적표시제 8호로 등록된 장흥 키조개는 압권이다. 다른 지역에서 난 것과는 크기부터 다르다. 우선 껍질의 색이 진하다. 관자는 투명하다. 육질은 탱탱해 탄력이 있다. 꼭지도 부드럽다.

 

장흥 키조개마을 박상기 위원장은 "다른 지역 키조개는 껍질이 깨지거나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장흥산은 잠수부들이 하나씩 일일이 캐기 때문에 매우 깨끗하다"고 했다. 그는 또 "장흥산 키조개는 가느다랗고 짧은 수염처럼 생긴 뿌리가 남아 있어 겉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고 했다.

 

박준현 사무장은 "장흥산 키조개는 회로 먹었을 때 쫄깃함을 느낄 수 있으며, 탕으로 끓였을 땐 국물이 우윳빛처럼 뽀얗고 맛 또한 진하고 부드러워 일품"이라며 "먹어보면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정 득량만과 장흥 수문포. 키조개 주산지다.
청정 득량만과 장흥 수문포. 키조개 주산지다.이돈삼
청정 득량만과 장흥 수문포. 키조개 주산지다. ⓒ 이돈삼

장흥 키조개마을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철 따라 운영되는 체험거리 덕이다.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은 키조개 까기, 바지락 캐기 등이 있다. 생태체험장에선 민물과 바다 사이를 오가는 생물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지렁이는 물론 민어, 실장어(새끼 장어), 고둥 잡기 등 갯벌과 민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생태체험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제아제바라아제'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장흥출신 소설가 한승원과 함께하는 문학 기행도 가능하다.

 

오는 5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장흥 키조개 축제'도 열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어업인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열리는 축제에선 키조개 까기, 키조개 썰기, 키조개 즉석 경매와 함께 키조개 운동회, 어린이 장기자랑 등이 마련된다.

 

민요와 퓨전국악, 하모니악단, 밸리 댄스 공연 그리고 7080라이브 등 볼거리도 푸짐하다.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갓 잡아 올린 키조개를 회로 맛볼 수 있고 구이, 샤브샤브로도 즐길 수 있다.

 

 키조개축제. 사물놀이팀이 키조개 조형물 주위를 돌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 모습이다.
키조개축제. 사물놀이팀이 키조개 조형물 주위를 돌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 모습이다.이돈삼
키조개축제. 사물놀이팀이 키조개 조형물 주위를 돌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해변 문학탐방로. 장흥 출신 문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변 문학탐방로. 장흥 출신 문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이돈삼
해변 문학탐방로. 장흥 출신 문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2010.04.26 11:09ⓒ 2010 OhmyNews
#키조개 #수문마을 #득량만 #장흥 #키조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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