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별 지니(Gini) 계수 비교해외경제 포커스 (2010.3.28-4.3) by 한국은행
문진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류 역사와 더불어 늘,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해왔던 이 '무거운 주제' 앞에 명쾌한 해답이 있을 리 없다. 계획과 통제의 벽돌로 쌓아 올린 '도덕 경제'는 몰락했고, 완전 고용의 이상을 쫒던 '복지국가'의 꿈은 빛을 바래가고 있다. 포스트 모던사회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을 만나,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들 모두는 '현재 빈곤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자'와 '곧 빈곤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두렵고도 무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바우만 교수의 지적대로, 현재 우리들 삶의 양식을 둘러싸고 있는 '신성불가침의 가설들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첫 단추일지 모른다. 예를 들면, '효율성은 무엇에 이바지하는가, 효율은 부작용(인간의 고통)이 무엇이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인가, 통계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로 여겨지는 것(성장 이데올로기)은 그 자체로 옳은 것인가, 만일 성장이 인간의 삶과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환경인 자연에 해가 된다면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절실하다.
우리는 지금 '신자유주의와 소비자사회'라는 두 개의 엔진으로 작동되는 '거대한 배'를 타고 암초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어둠의 바다를, 빠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다. 이 항로는 우리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다다르게 해줄 것인가? 만일 중도에 연료가 바닥난다면 배는 멈추어 설 것이고, 우리는 '빈곤의 바다' 위에 버려질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빈곤이란 단지 물질적 부의 결핍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해체와 유대감의 단절, 심리적 박탈감과 미래 전망의 부재 등 훨씬 복잡하고 심각한 내용의 빈곤을 의미한다.
문제의 해법은, '빈곤의 경제'가 아니라 '경제의 빈곤'에서 구해야 한다. 국민경제 안에서 '빈곤의 경제'란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만큼의 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경제의 빈곤'이란 이미 전체 인구가 먹고 살고 있는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문제로 인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뜻한다. 두 가지는 비슷하기는커녕 확연히 다르다.
빈곤의 경제는 사회 최하층에 속한 자들의 가난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그들에게 어느 만큼의 자선과 복지를 베풀 것인가'의 문제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반면, 경제의 빈곤은 지금 작동중인 경제 시스템의 본질로 파고 들어가,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해법과 대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그 운영원리로서의 제도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조소(嘲笑)가 상징하듯, 철저한 '승자독식의 사회' 안에서 '경제의 빈곤'을 겪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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