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검찰에 性지순례하러 왔어요"

부산 검찰 블로그 방문자, 21일 하루에만 1만 8천명 '북새통'

등록 2010.04.21 16:49수정 2010.04.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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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들의 스폰서가 되고 싶다"

 

최초로 '검사 향응·성접대 의혹'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19일자 기사 "나는 검사 60명에게 10억원 접대해왔다"에 댓글을 단 누리꾼 '돌'의 말이다. 

 

그는 "평검사는 1년에 10원, 부장검사는 1년에 20원, 차장검사 이상은 1년에 30원씩 후원하는 스폰서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라며 "맹세코, 절대로, 여하한 일이 있어도, 좌우지간 스폰서 노릇을 하였다고 언론에 공개하거나 검경에 고소고발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마음 놓으시고 스폰서가 필요하신 검사님들께선 연락주시길 바랍니다"라며 공개 스폰서 제안장을 내밀었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사장 J씨가 부산 지역 검사를 포함한 60여 명의 검사들에게 향응·성 접대 등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J씨는 접대를 받은 검사들의 명단, 지불한 수표번호, 향응접대 장소 및 일시를 모두 정리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접대 받은 검사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며 부산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부산 검찰 블로그 북새통

 

20일 방영된 <PD수첩> 보도를 통해 접대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검사 중 한 명이 부산 지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 검찰 블로그(희망을 나누는 부산검찰이야기)에는 누리꾼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작년말 부산 검찰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총 방문자가 2만 1천명 정도였는데 그 중 21일 방문자만 1만 8천명에 달한다. 누리꾼들은 "性지순례하러 왔어요"(성지순례, 부산검찰 블로그)라며 이곳을 찾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누리꾼 '샤랄라'는 "왜 다들 검찰이 되려고 밤낮으로 공부하는지 알겠네요~돈 주고, 술 주고, 여자도 주고, 잠깐 고생해서 평생 호의호식하며 사는 거잖아요~나도 지금부터 공부나 해볼까"라며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블로그에는 방문자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안부 게시판'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누리꾼 '부산지검안부'는 "안부 게시판이니까 일단 안부를 물어 봅니다"라며 "어제 떡실신 하셨을 듯한데, 아침에 해장은 하셨는지 좋은 아침이지요?"라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궁지에 몰린 검찰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1'은 "네티즌들의 이런 반응 하루 이틀 입니까, 두어달 지나면 다들 까맣게 잊을 겁니다, 그때까지만 룸살롱 출입 자제하시면서 PD수첩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향응? 성 접대? 검사님들은 충분히 그러실 자격 있습니다, 앞으로 검사가 될 후배들을 위해서도 의연하고 뻔뻔스럽게 대처하는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파이팅!"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누리꾼 '아~뒷골이야'도 "대단하신 검사장님 외 여러 검사님 참 휼륭하십니다"라며 "의무는 없고 권력만 가진 것들이 검찰이시군요, 소름 끼치도록 존경합니다"라 글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안부'를 묻던 게시판의 게시물은 10시 50분 경 갑자기 모두 삭제되었다. 누리꾼들의 친절이 부산 검찰은 거북했었나보다.

 

누리꾼들은 안부 게시판이 막히자 이번엔 블로그 게시물에 300여 개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러자 블로그 운영자는 게시물도 모두 닫아버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누리꾼들은 프로필 소개창에 댓글을 달았다. 현재는 이마저도 닫힌 상황이다.

 

접대 사건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여검사의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를 이제는 보지 않겠다는 누리꾼이 생겼다. PD수첩 게시판에 글을 올린 누리꾼 'hkhong516'은 "열혈시청자였는데 드라마 속 검사와 현실의 검사는 완전 딴판이라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검사를 미화시키는 부분이 많아 이젠 안 보려구요"라며 "가장 압권은 (선배 검사가) 후배검사한테 검사들 월급이 얼만데 하며 점심값 비싸도 절대 만 원 안 넘긴다는 말..ㅋㅋ 그 대사가 다시 떠오르는데 왜 이리 현실감이 안 드는지"라며 시청 중단을 선언했다.

 

한편, 또 다른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누리꾼 '무한도전'은 부산검찰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들에게 "그만 하라" 외쳤다. 

 

"님들 때문에 MBC 없어져서 '무한도전' 못 보게 되면 책임지실 거에요!? 대한민국 검사님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라며 "MBC는 당장 파업 철회하고, 검사 스폰제를 실시하라!! 실시하라!! 부산검찰 파이팅!"

 

몇몇 누리꾼들은 불똥이 PD수첩에 튈까 걱정하기도 했다. PD수첩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누리꾼 'alex21c'는 "(사건을 보도한)최PD님 지켜 줘야할 듯"이라 글을 올렸고 누리꾼 'ikjaeyou'도 "mbc 가족들 외국으로 보내세요, 검찰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은데...열배 백배로 갚아주려고 절치부심 할텐데, 부디 각별히 조심하시길"이라며 우려의 글을 남겼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한명숙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다며 끈질기게 주장을 펼친 검찰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주득현인'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단 댓글에 "뇌물죄는 공여자의 진술이 중요하다"며, "J씨를 모른다고 발뺌하는 놈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누리꾼 'cobain69'는 PD수첩 게시판에 "그러고도 한명숙 사건을 재판한다고?!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증거도 확실하지 않은 사건은 죽어라 하고 물고 늘어지고"라고 글을 남겼다.

 

뜬금없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을 찾는 글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에 댓글을 단 누리꾼 '지나가다'는 "조전혁씨 어디 계신가요? 건설업자 J씨가 밝힌 검사들이 누구인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 것입니다"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던 그 충정으로 관련 검사 60명의 현재 소속과 직위도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새로운 접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특별한 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검찰 부패 근절 운동? 아니다. 검찰 홈피 변경 운동이다. 누리꾼 'kky2020'은 "spo.go.kr(검찰 홈페이지 주소)을 앞으로는 spon.gor.kr 로 바꾸기 운동 합시다"라며 앞장서고 있다.

 

이 사건을 세계에 알리자는 요청도 이어졌다. 누리꾼 '이동재'는 "pd수첩을 번역해서 유튜브에 좀 올려주세요"라며 "G20회의와 아울러 세계검찰총장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데, 이렇게 자랑스러운 내용은 널리널리 세계로 알려야지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러한 운동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일까. 21일 4시, 대검찰청 홈페이지는 접속이 지연 되고 있다.

 

이번 비리 사건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었나 보다. 누리꾼 '정혜은'씨는 "우리 아빠가 저렇게 힘 있고 떵떵거리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 안 해봤다면 거짓말인데, 아빠 미안해, 열심히 일해서 나 공부시켜주고 잘 살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저렇게 더럽게 살지 않는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자랑스러워"라고 네이트에 글을 올렸다.

2010.04.21 16:49ⓒ 2010 OhmyNews
#검찰 비리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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