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길제주도 특유의 돌담이 돋보이는 용왕난드르마을의 길
생태지평
이러한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지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영농조합의 끊임없는 노력이 숨어 있다.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지원 또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권홍 위원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의지를 가진 주민들의 교육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용산마을 주민들이 용왕난드르마을에 배우러 온 것처럼, 용왕난드르마을 주민들 또한 끊임없이 함께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들의 지향점이 단순히 주민들의 '소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고 찾아오고 싶은' 친환경적인 마을 육성이라는 점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이권홍 위원장에 따르면 영농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의 과정에서 주민들 간에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소득'만이 우선시 될 때 이러한 갈등은 해결될 수 없으며, 마을 만들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영농조합의 미래지향적인 지향점에 기반하여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합심하고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용왕난드르마을 역시 동백마을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미래지향적 가치와 주민들의 소득 보전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특히 소득 보전의 경우에는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며, 전망 또한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연을 들은 참가자들 또한 마늘꿀탕과 소라젓갈 만들기를 직접 체험해 보았다. 이러한 체험들은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라남도 무안 용산마을에서 새롭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 대안 모델의 성과는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가파도'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파도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한 섬으로써 제주도와 최남단의 마라도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로 겨울철에는 보리, 여름철에는 고구마를 재배한다. 때마침 가파도에서는 4월 1일부터 5일까지 '바닷물결과 청보리물결이 어우러지는 섬'이라는 모토로 '제2회 가파도 청보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었다. 18만 평에 이르는 청보리밭은 가파도의 명물이다. 마라도는 최남단으로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가파도를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 가파도 주민들은 이에 청보리라는 자원을 내세워 가파도를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섬을 가로질러 넓은 청보리밭을 거닐었다.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과 제주도 특유의 돌담, 그리고 가파도 특유의 고인돌과 저너머에 보이는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다 건너 어렴풋이 보이는 제주도는 또 다른 묘미였다. 도착했던 항구의 반대쪽 항구에 있는 음식점은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것인지 '장사'에는 미숙한 듯 보였지만, 활기차게 손님을 맞아 음식을 바삐 내오는 모습이 가파도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