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회 만드는 '재건식당' 아주머니. 음식 솜씨에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젊었을 때는 예쁘셔서 아저씨가 골치 좀 아팠겠다고 하니까 말도 마시라며 손 사례를 쳤다.
조종안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 좁고 한산해서 전형적인 시골 읍내를 떠올리게 했다. 양화우체국에 도착해서 보니까 '재건식당' 간판이 정면으로 보였다. 아내가 얘기하는 식당이 맞는 것 같은데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좋은 이름 다 놔두고 '재건식당'이라니.
아내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걸 보니까 찾으려고 했던 식당이 맞는 모양이었다. 해서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물을 열고 발을 들여놓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밖에서의 생각을 180도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비싼 향수냄새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냄새에 유혹되어 빠져들어 갔다. 어느 식당이든 김치 하나만 맛있으면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야릇한 냄새가 미각을 자극했다.
옛날 잔칫집 부엌? 아니면 70년대에 단골로 다니던 일식집 주방에서 풍기던 냄새와 비슷했다. 해서 "음식 냄새가 좋은 걸 보니까, 우여회도 시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대전에서 왔다는 아저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멋있는 이름이 수두룩한데 '재건식당'이라고 한 이유라도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아주머니가 몸을 갑자기 돌렸다. 그러고는 똑바로 서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 이마에 붙이면서 "충성! 재건합시다!"하는 것이었다.
"옛날이는 인사를 '재건합시다!'라고 혔잖유. 그때 경기도에서 일로 시집와가꼬 식당을 개업혔는디 장사도 '재건'허는 맘으로 허자는 뜻에서 '재건식당'으로 혔쥬. 이름이 좋잖유. 저냥반도 좋다고 혀서 지금까지 허고 있응게유. 재건허니까 음식도 맛있고 손님도 많은 것 같어유. 가만있자 장사 시작헌지가 벌써 50년이 다 되야가는 게비네···."식당 아주머니가 말하는 '우여회'몸이 가늘고 미끈하게 빠진 '우여'는 모양이 갈대와 같아 위어(葦魚)라고도 하며, 날씬한 몸에서 빛이 난다고 해서 웅어(熊漁)로 불리기도 하는데, 옛날부터 서해로 흐르는 강변에서 많이 잡히던 흔한 물고기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몸이 나른해지고 밥맛이 없어지는 봄철에 갓 잡아온 우여를 석쇠에 올려놓고 소금을 뿌려가며 많이도 구워먹었다. 가시가 많았지만 부드러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라져 그 고소한 맛을 잊고 있었는데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