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권우성
이른바 '전교조 저격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또 한 건 했다. 19일 조전혁 의원은 '학부모의 알권리'를 명분 삼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학교별, 교원단체별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조 의원은 앞서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과 시행령'에 의하여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각 학교별 교원단체의 회원 수 공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 학교별, 교원단체별 회원수를 요구하여 이를 받아냈다. 여기까지는 교육 당국의 직무 감사를 위한 정당한 행동 범위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은 전교조가 제기한 '조합원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전교조 명단 공개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보호하여야 할 개인 정보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단 공개는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조전혁 의원이 개인적으로 전교조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자유다.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개인의 신념이니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공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만든 법을 근거로 법원이 내린 판결을 무시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조전혁 의원과 조중동의 '이중잣대'조 의원은 인천대 교수를 하다가 휴직계를 내고 국회의원이 된 이른바 '폴리페서'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선거출마 및 투표를 목적으로 본인과 가족이 선거 출마 지역구로 위장 전입을 한 혐의로 2008년 6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어 7월 검찰은 공직선거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 원(공직선거법 위반 100만 원, 주민등록법 50만 원)을 조 후보에게 구형했다.
당시 조 후보는 법원에서 '법을 잘 몰라 저지른 실수'라는 취지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였고 인천지방법원은 7월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 50만 원, 주민등록법 위반 벌금 20만 원 등 7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후 이 판결이 확정됐다.
조 의원이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자기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선처를 호소하면서, 법원에서 공개하지 말라는 판결을 받은 전교조 회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는 비단 조전혁 의원 개인의 생각은 아니다. 정두언 의원, 박보환 의원 등 수많은 의원들을 포함한 한나라당의 전체 입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그들은 "전교조가 불법 조직도 아니고, 그들이 그토록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이 있는데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 논리를 그들에게 똑같이 적용해 보자.
"한나라당이 불법 조직도 아니고, 그토록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이 있는데 대한민국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 당원 명부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한나라당 100만이라는 당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 또 이전부터 전교조 명단 공개를 독촉해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도 "조선일보가 불법 신문도 아닌데 대한민국 1등 신문이 200만이라는 독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공개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