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애가 앉은 바닥은 하얀 소금기가 느껴졌다. 사막에서 왜 소금이 있는지 신기했다.
김은주
야즈드 시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케르반사라이에 도착했습니다. 케르반사라이는 예전에 실크로드가 제 역할을 할 때 대상들이 쉬어가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제 실크로드는 여행자 차지가 돼버렸고, 대상 숙소 또한 체험상품 정도로 전락했습니다. 우리 일행 또한 그 옛날 대상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대상숙소를 이번 여행경로에 집어넣었고, 그래서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대상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낼 것입니다.
짐을 풀고 우린 곧바로 사막으로 나갔습니다. 대상 숙소에서 준비하는 저녁이 다 될 때까지는 시간이 있었고, 그 사이 사막을 돌아다니는 게 우리가 할 일이었습니다. 사막은 그간 생각했던 사막하고는 좀 달랐습니다. 가늘고 깨끗한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하라 사막 같은 사막을 기대했는데 우리가 이란에서 본 사막은 차라리 황무지에 가까웠습니다. 메마른 겨울 들판처럼 그냥 황량한 들판일 뿐이었습니다. 생명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는 대상 숙소에서 키우는 낙타가 남기고 간 배설물 정도였습니다. 간혹 보이는 나무도 바싹 말라있었습니다.
사막을 한참 걷다가보니 하얀 빛의 바닥이 보였습니다. 그 하얀 빛이 소금이라고 했습니다. 사막에 어떻게 소금이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바다였는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였던 곳이 사막으로 변하고, 사막이었던 곳은 바다가 되고. 이렇게 세상은 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아마도 '무상'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그 진리를 사막에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사막을 걷고 있으려니 조금 슬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밤이 다가오는지 지평선에 맞닿은 하늘은 서서히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이역 만 리에서 할 일없이 난 걷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감정을 조금 맬랑꼴리하게 만드는 모양인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점령하면서 마음이 조금 우울해졌습니다.
큰 애는 현재의 상황을 재미없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름답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사막을 목적 없이 걷는 현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큰 애에게 언제나 감탄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빨리 파악해내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는 것입니다.
"방에 가서 음악 들으면서 책 볼래." 마침 큰 애처럼 사막을 걷는 일에 지친 일행들이 대상 숙소로 돌아가고 있어서 난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