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든 플래카드
이주연
이들의 퍼포먼스는 지난 18일 진행된 4.19 민주올레 도중에 이루어졌다. 민주올레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출발해 4·19 혁명 유적지를 둘러보며 4.19의 정신을 기리자는 의미로 기획된 행사이다. 이날 민주올레에는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퍼포먼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 혁명으로 쫓겨난 후 기거했던 이화장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씨 등 2명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하라', '못 살겠다 갈아엎자'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은 교련복까지 갖춰 입고 "이 대통령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들의 플래카드는 5분도 채 걸려있지 못했다. 사복을 입은 경찰 몇몇이 퍼포먼스를 하는 이들에게 다가와 "플래카드를 접으라"로 요구했고, 퍼포먼스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올레 참가자들은 "퍼포먼스인데 왜 막느냐"고 경찰에 따져 묻기도 했다.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강동경찰서 측은 "우리는 현장 검거를 한 것이 아니고 조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없다"며 "현행범 검거를 한 남대문서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대문서 지능수사팀은 "기동대가 체포한 것이라 우리는 모른다"고 발뺌했다. 기동대가 어디 소속이냐고 묻자 "그것도 모른다"며 "강동서쪽에 다 자료가 있으니 거기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천안함 촛불집회 때 경찰은 4인 이상이면 집회라고 했는데 이번엔 2인인데도 집회라고 하면 도대체 기준이 뭐냐"며 "학설에서는 적어도 3인이나 4인 이상이 모여야 집회라 본다"고 밝혔다.
경찰, 집회와 현행범 판단 기준이 뭔가 경찰은 이들이 '현행범'이라며 긴급 체포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연행은 퍼포먼스를 했던 때가 아닌 민주올레 행사가 끝난 후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갑작스레 진행됐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연행된 이아무개씨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후 6시 45분쯤 민주올레를 다 끝내고 가지고 온 사복으로 갈아입고 밥을 먹으러 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연행되었다"며 "그때 현행범이라고 우리를 잡아 갔는데 그때는 플래카드를 펼친 상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때문에 연행된 것이냐 묻자 "그런 것 같다"며 "2시 이후에 두 번 정도 퍼포먼스를 더 했는데 그것 말고는 한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플래카드를 접으라 요구할 때 곧장 접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퍼포먼스를 한 시각은 5시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마지막으로 퍼포먼스를 한 것은 5시 좀 전이었다"며 "기념촬영을 할 때 플래카드를 펼치기는 했지만 따로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런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아갔다는 지적에 대해 강동경찰서 수사과 우희철 반장은 "현행범에는 딱 그 장소,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 근방에서 일을 한 것도 다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주민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관련 판례를 보면 현행범은 범죄를 행하고 있거나 범죄를 시행하여 끝마친 시간에 아주 근접한 때에 체포해야 현행범으로 볼 수 있다"며 "범죄를 시행한 후 2시간 정도가 지난 상태라면 현행범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퍼포먼스 하는 게 무슨 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