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벌판러시아 극동 우수리스크에서 국경도시 포브라니치야로 가는 철로 옆 황량한 들판에 밀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박도
250권의 책을 사는 신부님또 하나 메일은 친구였다.
제목: 의미 있는 일을 했군요. 경하할 일이지요. 내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신부님이 미리내 성지에서 안중근 동상 제막식을 3월 26일에 합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그 신부님께 책을 보내주시면 좋아하실 것 같군요. 무리한 부탁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순간 '가까이 지내고 있는 신부님이라면 자기가 사서 보낼 일이지 뭐야'하는 생각이 들어 친구의 청을 묵살했다. 그리고는 제자들이 사준 20권으로 미처 보내지 못한 지인들에게 책을 우송하다가 곰곰 뜯어보니 '바로 이런 곳에 쓰라고 사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 친구가 가르쳐준 주소로 생면부지의 방구들장 신부님에게 <영웅 안중근>을 우송했다.
그 며칠 뒤 방 신부님으로부터 매우 고맙다는, "안중근 장군님께서 부활하여 제 앞에 계신 듯 하옵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다시 며칠 뒤 방 신부님에게 손 전화를 받았다. 인사말에 이어 책을 250권 보내달라는 사연이었다. 신부님의 말씀이지만 이때까지 이런 일이 없던 터라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책을 펴낸 ㄴ출판사 직원에게 확인을 부탁했더니 사실이라고 했다.
출판사에서도 이런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 사장은 "하늘에 계신 안 도마님께서 도와주신 일"이라고 감격했다. 나는 신부님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한 길이 없어 대신 그 답으로 이전에 쓴 책을 보내드렸다. 며칠 뒤 방 신부님에게 문자가 왔다.
평안하시기를 빌며 보내주신 '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감명 깊이 읽었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50권을 주문합니다. 이 책을 내준 ㅁ출판사에게 확인을 부탁하자 사실인 바, 책 재고가 부족하여 시중 서점에 나간 재고를 반품 받든지, 아니면 새로 찍어 보내야겠다는 답을 받았다.
나는 아직 신부님에게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어쩐지 내 말이 의례적인 인사로 가벼워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삶을 더 진지하게 살면서 성실하게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일이 신부님에게 드리는 답 같기 때문이다.
못난 둔재가 그동안 26권의 책을 펴내고, 지금도 책을 펴내고자 원고를 쓰고 있는 것은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제자들의 뜨거운 성원 때문이리라. 언젠가 만난 한 제자의 말이다.
"아마 선생님은 잘 모르는 제자일 겁니다. 걔네 집에 갔더니 그동안 선생님이 쓰신 책은 서가에 다 꽂혀 있더라고요." 이 밤 문득 그들이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영웅 안중근 -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의 자취를 찾아서
박도 지음,
눈빛,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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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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