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촌) 광명상회 앞-아이미 캐릭터를 한때 참 좋아했었다
김현자
어릴 적 살던 동네 입구엔 작은 점방이 하나 있었다. 술이나 담배, 라면이나 과자, 까스명수, 미원, 공책 등, 언제나 필요한 물건들 조금씩을 팔았다. 성냥과 양초도 팔았다. 분홍색의 이쁜이비누가 담긴 비닐봉지와 노란 고무줄과 까만 고무줄 묶음이 늘 점방 입구에 걸려 있곤 했다.
점방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고 동네 아주머니 서넛, 혹은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서서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다. 우리들도 그곳에서 놀 때가 많았는데, 종종 "시끄럽다"며 쫓겨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다시 모여 들어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를 하며 놀곤 했다.
동네에는 넓은 곳들도 많았는데 우린 왜 그 곳을 고집했을까?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 아닐까? 고향 가는 길, 점방자리를 지나며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점방에서 팔고 있는 과자만큼 반가운 것은 겨울 어떤 날 점방 앞에서 하루 종일 뻥튀기를 튀기는 아저씨였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께끼' 통을 메고 나타난 아저씨도 반가운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속 그리운 풍경과 그리운 사람들이다.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하지만,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광명상회에는 동네점방이나 읍내의 가게들, 학교 문방구에서 낯익혔던 물건들이 꽤나 많았다. 특별한 추억으로 더욱 그리운 것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이나 서성이며 오래된 기억속의 물건들과 해후했다. 체한 동생에게 먹일 까스명수를 사러갔던 어느 날 밤, 반갑게 열리던 점방 쪽문을 떠올리며.
점방 천장에나 읍내 가게마다 빠짐없이 걸려있던, 동그란 원을 따라 집게가 달려있어 미원을 걸어놓고 팔던 것은 친정 엄마의 젊은 모습을 그리워하게 하는 물건이다. 미원의 주성분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몸에 해롭기에 이제는 없애야 할 물건이지만, 한때 미원은 삶의 고단하고 쓴 맛을 달게 해주는 명약이었다. 미원을 물에 타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미원파'와 '미풍파'가 신경전을 벌이던 그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