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실을 나와 골목집 토끼장을 한참 들여다보며 노는 아이.
최종규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새벽바람으로 일어나는 아이입니다. 어제는 봄골목 마실을 하고 사진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일찍부터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반쯤 동네를 걷고 사진틀 집에 찾아가 동네 이웃을 만납니다. 아이는 토끼를 기르는 집 앞에서 토끼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만지며 떠날 줄을 모릅니다. 동네 책쉼터에 들러 한동안 다리쉼을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는 배가 퍽 고팠는지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립니다. 그런데 아이 젓가락질이 차츰 무디어집니다. 아이는 고개를 까딱까딱합니다. 뭐 하고 있느냐 싶더니 아이는 밥을 먹으면서 졸고 있습니다.
밥먹던 숟가락을 놓고 아이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는 이내 밥상머리에 고개를 푹 박습니다. 잠든 아이를 들어 입가와 손을 씻어 주는데 아이가 깨어나며 찡얼거립니다. 그래도 입과 손을 다 씻습니다. 아이는 잠을 안 자겠다며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젓가락을 다시 집습니다. 그렇지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꾸벅꾸벅 졸고, 이제는 웬만큼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고이 품에 안아 방바닥에 눕힙니다. 기저귀를 채우고 이불을 덮습니다. 이때부터 아이는 두 시간 반 동안 아주 깊이 잠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