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전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15일 저녁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친구야 미안하다> 시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윤성효
-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제목 그대로다. 먼지 덮인 역사책 속에서 새삼스럽게 추모사업 한답시고 주열이를 불러내서 동서화합이니 뭐니 하면서 이 친구를 오히려 욕보이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마지막 부분에 주열이에 대한 내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는 그날, 영웅이 되려던 것도 열사가 되려던 것도 아니었다. 이제 네 어깨의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 나는 너를 너에게로 보낸다'고 했다. 최근에도 주열이와 모든 민주영령들에게 참 미안한 일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런 심정을 담으려고 했다."
- 다큐멘터리를 만든 취지는?"저와 주열이는 마산상고 입학동기다. 우리의 만남은 1960년 주열이가 참혹한 시신으로 마산도립병원에 누워있는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날 주열이의 모습이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산자와 죽은 자를 통틀어 오직 주열이만이 할일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바로 동서화합이었다. 지금의 영호남 분위기로 볼 때 남원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산으로 유학 오는 학생이 있겠나.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영호남 갈등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동서화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주열이를 폄훼하는 소문만 무성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니 주열이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심정을 좀 적극적으로 표해볼 방법을 이렇게 찾은 것이다.
- 김주열 열사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자 했다는데, 설명하면?"언제부터인가 마산에서 '주열이는 이모할머니 집(자산동 샛별미장원) 앞에서 데모구경하다 죽었다'거나 심지어는 '주열이는 이모할머니집 앞에서 파자마(잠옷) 바람에 데모구경하다 죽었다'는 말이 퍼져나가 많은 시민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건 누군가가의 의도적인 작업이 있었다고 저희들은 판단하고 있다.
첫째 이모할머니 집으로 지정하는 장소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건 당시 언론보도 자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든 기사는 꼭 같이 이모할머니 집을 장군동이라고 쓰고 있다. 즉, 집 앞에서 데모 구경하다 죽을 그런 장소가 아니었다. 이번에 다큐 제작을 하면서 그날 주열이가 기거했던 이모할머니 집을 찾아냈다. 50년 만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 다큐를 보니 옛 자료도 많던데?"주열이가 저의 친구이니까 제가 주열이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했다. 서툴지만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 많은 부분들은 기존의 언론보도 자료와 추모사업회 행사 자료 화면을 썼다.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부분은 일부 연출도 했다. 또 일부는 증언자들과 함께 당시 상황과 현장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 다큐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잘 모르는 일을 했다면 엄청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과 여러 가지 보조를 해준 사람들도 우리 회원들이었기에 호흡이 잘 맞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욕심이 넘쳐 앞으로 2부작, 3부작을 내놓아도 될 정도로 많은 촬영을 하면서 너무 무리를 하는 바람에 병을 얻게 되어 지금도 저를 힘들게 한다."
- 앞으로 계획은?"몇몇 방송에서 우리가 다큐를 제작하는 장면과 영상 일부를 복사해 갔다. 그런 것을 통해 일단 내용 소개 정도는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기회가 되면 영화제 다큐부분에 출품도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언론사나 학교 등에 한해서 요청이 있으면 DVD를 제공해 드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