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

대학의 폐쇄성, 다양한 학문발전에 저해가 돼

등록 2010.04.13 15:38수정 2010.04.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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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발돋음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장하준 교수. 우리에게도 「쾌도난마 한국경제」,「나쁜 사마리아인들」등의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그이지만 그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지원했다가 3차례나 퇴짜맞은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시간이 흘러서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몰락하고 있고, 반대로 케인지언인 장하준 교수는 세계적 경제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폐쇄성이 불러온 어리석은 결과였다.

한편 서울대 경제학부는 몇해 전 학부내 유일한 비주류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가 퇴임하자 그 후임으로 맑스경제학자를 뽑지 않고 주류경제학자들을 뽑았다. 경제학부 대학원에는 맑스경제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이 10여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그야말로 지도교수도 없이 '미아'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김수행 교수는 공황 전문가였다. 주류경제학에는 '공황'을 적절히 설명할 만한 이론이 없다.

최근 급변하는 현실과 함께 경제학 지형도 크게 변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노벨경제학상을 케인지언들이 휩쓸었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미경제학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 고 밝혔으며,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교수조차 "경제학 교재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한 유수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이 "이제 우린 뭘 가르쳐야 하나"며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고, 뉴욕대 대학원에서는 교재 대신 신문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경제학부는 변화의 바람에 둔감한 채 그들만의 성을 구축하여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는 교재를 수정해야 한다는데, 정작 맨큐의 경제학 책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서울대 교수들이 이러한 고뇌를 털어놓았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폐쇄성이 학문의 다양성과 발전을 죽이고 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33명 중 1명을 제외한 32명은 모두 미국 유학파 교수다. 이들은 지난 30여년간 경제, 정치 뿐 아니라 학계까지 휩쓸었던 미국 신자유주의 학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비주류경제학 전공자일 경우 아예 교수 임용 과정에서 일정 정도 배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서울대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념적, 학문적 편향성과 폐쇄성 속에서 다양한 학문의 발전과 시대변화에 발빠른 대처는 애초에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다양한 학문적 조류가 함께 어울려 서로 논쟁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과정이 없이 진정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서울대의 학문적 수준을 이루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의 주장대로 '완전경쟁'을 통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 주류경제학의 경제학부 '독점'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주류경제학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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