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분식회계, 금융당국 눈감아 줬다"

노상봉 전 보험감독원 국장 "감독기관과 보험회사 유착"...삼성생명측 "터무니 없는 주장"

등록 2010.04.13 18:38수정 2010.04.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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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생명이 1991년과 1999년 분식회계를 했으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이를 눈감아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상봉 전 보험감독원 기획조사국장은 13일 "삼성생명이 91년과 99년 자산재평가 이익을 관련법률에 따라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액 이익으로 계상한 뒤 주주에게 배당했다"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보험감독원은 보험사업 감독 및 보험계약자 보호, 공정한 보험거래질서 확립 업무를 담당하던 무자본 특수법인체로 99년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되었다.

 

노 전 국장은 70년부터 99년까지 약 30년간 보험업무와 감독업무에 종사했다.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보험감독원에서 기획조사국장과 검사국장, 경영분석국장 등을 지냈다.

 

"결손으로 상장 어렵자 임의 자산평가이익을 '이익'으로 계상"

 

노상봉 전 국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91년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당기 결손이 발생해 상장을 할 수 없게 되자 법률을 위반한 '임의재평가'라는 방법으로 임의로 자산을 재평가해 852억 원을 부당하게 이익으로 계상해 당기결손을 당기이익으로 분식 결산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이미 90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1991년 다시 자산을 임의로 재평가한 뒤 852억 원에 이르는 평가이익을 부채계정의 준비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전액 '이익'으로 계상했다는 것.

 

개정 전 보험업법 제97조(자산의 평가익 또는 매각 이익의 적립과 사용)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자산을 평가하거나 매각할 때에는 그 차익을 부채계정의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평가이익이나 매각이익은 주주지분의 자본계정이 아니라 계약자 담보성격인 부채계정의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 특히 이 준비금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852억 원의 자산평가이익을 '이익'으로 '분식회계'했다는 것이 노 전 국장의 주장이다. 삼성생명은 이러한 '분식결산'을 통해 10%의 주주배당(총 93억6000만 원)을 실시했다. 준비금으로 적립하거나 계약자에게 지분을 배분했어야 함에도 주주들의 이익만 챙겨준 셈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만약 자산을 임의적으로 평가한 것이 당시 보험업법 제97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다고 가정한다면, 동 평가 이익은 법 규정에 따라 준비금으로 적립하여야 한다"며 "하지만 전액 이익으로 계상해 주주배당 재원으로도 사용한 것은 법률 위반과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이 이렇게 '분식회계'를 한 이유는 '결손'이 발생할 경우 주식상장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으로 평가한 자산평가이익 852억 원에서 1991년도 삼성생명의 당기 순이익 251억 원을 빼면 결국 601억 원의 결손이 발생한다. 그런데 자산재평가법상 재평가를 실시한 이후 5년 이상 되거나 자산증가가 25% 이상 됐을 경우에만 재평가를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미 90년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바 있기 때문에 자산재평가법상으로는 자산재평가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삼성생명은 자산을 '임의로' 재평가해 그 평가이익을 '이익'으로 회계처리한 것이다.

 

당시 감독기관이었던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독기관과 거대 보험회사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노 전 국장은 "99년 삼성생명은 257억 원의 자산재평가 적립금을 특별이익으로 환입시켜 주주가 38억 원을 부당하게 가져갔다"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을 어기고 행정권을 남용해 부당한 행정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1999년 257억 원에 이르는 자산재평가 적립금(준비금)을 '특별이익'으로 전입시킨 뒤, 주주들에게 38억5000만 원을 배당했다. 이러한 '분식회계'의 뒤에는 금융당국의 '지원'이 있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1998년 12월 보험업계처리준칙의 부칙을 개정해 자산재평가 적립금을 보험회사의 특별이익으로 전액 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시를 내렸다. 이는 보험업법(97조)이 개정되기 전에 이루어전 조치여서 상위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노 전 국장은 "우리 사회에서 감독기관과 업계의 잘못된 유착 관행을 이제는 과감히 개선함으로써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다수 계약자들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감독행정의 일대 쇄신이 단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측 "분식회계는 터무니 없는 주장"

 

하지만 삼성생명측은 "분식회계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분식회계 의혹을 일축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91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당시 이익이 나지 않아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보험업법에 따라 장관의 허가를 얻어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산재평가는 전해에 실시했더라도 금융당국의 허가를 얻으면 다음해에도 실시할 수 있다"며 "자산평가이익은 7(계약자) 대 3(주주)의 비율로 배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99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당시 금융감독위의 지침에 따라 적립해온 준비금을 특별이익으로 전입시켰다"며 "이는 계약자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들의 경우 매년 3월에 최종 결산을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보험업법 제97조가 99년 2월 없어져 준비금을 특별이익으로 전입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보험회사들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국장은 "자산재평가법과 상법 이외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만약 당시 장관이 자산재평가를 허가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당시 자산재평가 허가서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99년 2월 보험업법 제97조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개정 보험업법은 99년 4월부터 2000년 3월을 한 회계년도로 해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삼성생명은 개정 보험업법이 적용되지 않는 98년도 회계에서 준비금을 특별이익으로 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측은 "내일(1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열리는데 그때 삼성생명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답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04.13 18:38ⓒ 2010 OhmyNews
#삼성생명 #금융감독위 #노상봉 #보험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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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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