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동산 주택가격 동향 (2010.3 / 국민은행)주택가격 장,단기 가격 추이 및 동향
문진수
투자 시기와 대상을 결정하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선 당신은 인터넷에서 아래의 그림을 접하게 된다(그래프 왼쪽은 지난 2년간 전국 매매가격 증감률을, 오른쪽은 지난 25년간 부동산 매매가격지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부동산 매매가격은 변동폭이 컸고 장기적으로는 가격상승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진폭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부동산은 오르기 마련이야. 역시 한국에서는 부동산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어. 실제로 지난 30년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또 지금은 분명 상승기류를 타고 있지 않은가?" 패턴 찾기의 '달인'인 도마뱀의 뇌는 이렇게 속삭이며, 당신에게 또 한번 강한 믿음을 선사한다. 일상에 매어 살아가는 월급쟁이가 투자처를 찾기 위해 지도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좋은 매물과 적절한 매매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동창회에서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 진다.
커가는 아이들 때문에 주택 확장을 고민하다가 무리가 되긴 했지만 좀 큰 평수의 아파트를 샀는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이자비용을 빼고도 남을 만큼 투자수익이 났다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당신은 (부동산 투자 및 보유에 따른 손익계산에 대한) 심사숙고 절차를 건너뛰고 마침내 '무리'를 하기로 결정한다(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DTI 한도까지 대출을 일으키고, 부족한 돈은 부모님에게 빌리고, 적금 통장을 깨는 등 실제로 동원한 무리수의 내용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음).
그렇다면 (도마뱀의 뇌가 내린) 이 결정은 잘한 것일까? 수익률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내리고 지가 상승이 이루어졌다면 투자수익률은 좋을 것이고, 그 반대(금리 상승 및 지가 하락)라면 나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률 그 자체가 아니다.
투자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하더라도 이익 실현(부동산 매매에 따른 차익 확보)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자부담에 따른 삶의 질 저하와 부의 효과(Wealth Effect,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 자산효과라고도 함)에 따른 현금흐름 왜곡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만일 반대의 경우라면? 당신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가지고 있으나 그 집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로 살거나 또는 곧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당신의 결정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당신을 향해 도마뱀의 뇌는 '패배를 인정하고 손실을 최대한 줄이라(주택 매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수익의 가능성이 있으니 버티라(계속 보유)'고 말한다. '부동산은 반드시 오른다'는 패턴(불패신화)을 환기시킴으로써 '현금흐름이 망가지더라도 집을 팔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한 신용위기와 그로 인한 재정적 파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70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 통계조차 의미가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의 존재가 그 증거다).
주가 떨어진대... 나도 이 참에 확 팔아?이제 두 번째 투자처인 주식 시장으로 가 보도록 하자.
아래 그래프는 직전 2년간의 펀드 수익률을 나타낸 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몇 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죽을 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 2년간의 누적평균 수익률로 볼 때 적립식 투자는 8.9%의 수익률(이익)을, 거치적 투자는 -9.3%의 수익률(손실)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2년 전에 적립식으로 간접투자를 한 사람은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