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요?

등록 2010.04.11 10:04수정 2010.04.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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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월 9일) 아침 한국으로부터 들려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뇌물 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오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연예인 최진영씨의 자살, 거기다가 한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까지 참으로 우울한 소식들만 있었지요. 그런 가운데 이 소식은 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대지에 한줄기 햇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비슷한 일로 모욕과 멸시를 당하다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났습니다. 그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을 접하고 보니, "어떻게든 살지, 살아서 함께 외쳐 주고 함께 싸워주지, 그리고 함께 기뻐해주지"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공권력을 가진 단체가 한 개인을 표적으로 삼고 달려들 때는 일단은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은 벌거숭이 진실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상대는 온갖 치장을 한 수단과 방법들을 동원하니까요. 어느 누가 그 힘을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한명숙 전 총리의 결백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분의 눈빛과 피부빛깔을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은 지금 실수하는 거라고요.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억지 죄라도 만들어 오명을 씌워 구속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그런 일을 겪은 우리 국민들은 더이상 검찰의 죄 만들기, 이른바 노무현파 죽이기에 속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은 국민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검찰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그런 일을 겪고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검찰을 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변화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의 희망이라는 것이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변하는 것, 나의 시각이 변하고 삶의 태도가 변하는 것에서 희망은 엿보입니다.

 

글로, 말로 외칠 수 있는 분들은 그 역할을 해냈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저건 아니다"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굳이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마이크를 잡지 않아도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보며 마음 속 한 구석지에 티끌같은 저항감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다만 험난한 과정들을 거쳐야 만날 수 있는 야속한 것입니다. 그 과정속에서 우리는 많이 배우고 다져지겠지요. 과정은 너무 힘듭니다. 감수해야 될 고통들이 많기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야만 합니다.

 

이전의 한명숙 전 총리와 지금의 그분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관심없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싫어했던 사람들이 그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그분을 보면서 저는 인간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공판이 진행될 때 본 그분의 표정은 재판장에 가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어제 1심 판결을 앞두고 법정에 들어설 때의 표정과 무죄 판결을 받고 나왔을 때의 그것은 잘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인간적인 모욕에 몸서리쳤을까요? 특히 본인은 그렇다치고 아들의 유학비까지 뇌물을 받아썼다는 이야기에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가졌을 고통이 어떠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모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가운데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힘이 그분을 그리 평안하게 할 수 있었는지요? 그건 본인 스스로 떳떳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누가 무어라 이야기하든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고 정직할 때만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은 한 전 총리의 강한 의지와 국민들의 저항의식이 일구어낸 결과였습니다.

 

"잘 될 수 있겠구나. 이제는 희망을 가져도 되겠구나.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사람이 인정받고 보상받으며, 단체나 개인의 유익으로 쓰여지는 편법과 악법들이 허물어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성급하고 섣부른 희망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4.11 10:0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명숙 #무죄판결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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