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의 여러 변화된 모습

2000년대 한국사진회고

등록 2010.04.08 10:52수정 2010.04.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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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은 지난 30여 년 동안 여러 역사적인 사건을 거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사진에 대한 경직된 사고와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여러 징후들이 있었고, 1990년대에는 현대화, 국제화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하고 개성적인 내용과 형식을 갖춘 작품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일부 대형 사립미술관과 상업화랑에서 조금씩 사진작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하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사진의 수평'전, '관점과 중재'전과 같은 사진계가 주축이 되어 기획된 대형 사진시회가 있다. 이러한 전시를 통하여 한국사진은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고, 미술계에 작가와 작품을 알리고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사진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마추어 작가들이 주도하던 사진문화에서 탈피하여 사진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이론적인 무장을 한 프로 사진가들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사진문화를 바탕으로 한국사진은 2000년대에 비약적인 발전과 성숙을 거듭한다.

2000년대 한국사진은 사진가들이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현실과 인프라가 조성된다. 우선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과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사진행사가 마련되어 한국사진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진전문 갤러리가 개관되기 시작하여 10여개로 늘어나 사진전시문화가 수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그리고 공적인 기능을 하는 한미사진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고은사진미술관이 개관하여 사진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미학적인 가치가 있는 사진가와 그들의 작품세계가 체계적으로 연구, 보존되고 전시할 수 있는 사진제도가 마련되었다. 물론 아직은 여러 가지로 미비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지만, 이것이 바탕이 되어 사진문화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

젊은 사진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여러 '사진'상들이 마련된 것도 한국사진의 긍정적인 모습 중에 하나다. 사진평론가 김승곤 선생이 주축이 되어 제정한 '사진 비평'상, 박건희 문화재단의 '다음 작가'상, 한진그룹이 제정한 '일우'사진 상, 월간 사진예술과 그린아트가 마련한 '오늘의 작가'상이 대표적인 상이다.

배병우, 권부문, 김아타와 같은 중견사진가와 구성수, 이명호 등 일부 젊은 사진가들이 활발하게 해외에서 활동하여 한국사진이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도 한국사진의 여러 변화된 모습 중에 하나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미술이 단군 이래로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였었는데, 그에 힘입어서 사진작품도 미술시장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한국사진은 오랫동안 사진가들이 사진을 위한 사진, 예술을 위한 예술사진, 전시를 위한 전시를 하면서 작품 활동만을 했었지, 작품판매를 꿈 꿔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작품판매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과 환경도 전무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변화되면서 한국사진가들도 사진작품판매와 전업 작가를 꿈꿀 수 있는 문화적인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국내외 사진가들의 대형전시가 수익을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도 변화된 한국사진의 새로운 현상 중에 하나다. 사진전시회가 새로운 문화사업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사진기와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폭 넓게 보급되면서 사진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일상화된 것도 한국사진문화의 새로운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프로 작가와 사진애호가들의 사진에 대한 인식의 폭은 점점 더 넓어져서 사진문화의 발전과 성숙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한국사진의 현실이다.

한국사진도 사진전공자들 외에도 미술전공자들을 비롯한 다른 전공자들도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사진작품을 많이 발표하여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새로운 모습이다. 특히 미술전공자들은 뛰어난 예술적인 감수성과 미술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품을 많이 발표하여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대시켜주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프로작가들의 작품내용과 표현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이 적극적으로 작품제작에 개입되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고 있고, 작품크기의 대형화와 더불어서 프린트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사진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모두 다양화되고, 작품의 완성도도 성숙해지고 높아졌다.

한국사진은 이제 또다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결과는 한국사진계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인하여 얻어진 결실도 있지만, 한국사진계와는 무관하게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디지털카메라의 대중적인 보급으로 인하여 사진전공자들의 활동영역이 일부 위축된 것과 같이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국사진과 한국사진계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하여 사진문화를 긍정적으로 꽃피우게 하려면 변화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사진교육이 한국 사진문화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창조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할 것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사진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개편해야 하고, 좀 더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작품을 생산 할 수 있는 작가를 길러 낼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도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이다.

사진은 이제 현대미술의 중요한 표현수단일 뿐만 아니라, 일상의 유희도구이자 문화현상 그 자체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한국사진계가 주체적으로 주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를 기대한다.
#한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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