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산모와 한강 춤꾼 오빠의 공통점은?

[한강 에피소드 ②] 1963년 기사 한토막 '한강 카바레'

등록 2010.04.07 16:52수정 2010.04.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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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유를 느끼고 싶을 때, 마음껏 춤을 추며 자신의 자유를 소리치고 싶을 때 어디로 향하시나요? 아마 상당수가 유명가수의 공연장으로 향하거나 조그마한 클럽에서 몸을 흔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심장을 울리는 박자에, 영혼을 취하게 하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다 보면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잡생각은 땀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죠.


하지만 아뿔싸! 자꾸만 홀쭉해지는 지갑과,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 때문에 고민하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구요!? 얼마 전에 저는 클럽이나 공연장보다 춤추기에 더 좋은 장소를 발견했답니다. 어디냐구요? 바로 한강입니다. 환한 대낮에 한강에서 '카바레'가 열린다면 어떨까요?

한강에서의 트위스트 1963년 6월 17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진. 한강에서 청년들이 '트위스트'를 즐기고 있다.
한강에서의 트위스트1963년 6월 17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진. 한강에서 청년들이 '트위스트'를 즐기고 있다.경향신문
▲ 한강에서의 트위스트 1963년 6월 17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진. 한강에서 청년들이 '트위스트'를 즐기고 있다. ⓒ 경향신문

무엇 하는 사진일까요? 웬 청년 몇이 건들거리며 서 있는 것 같다구요? 태껸이나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구요? 그렇게만 보셨다면 평소의 감수성을 다시 한 번 의심해 봐야 하겠습니다. 사진 속의 모습은 청년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트위스트를 추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그것도 한강에서 말이죠.

1960년경 미국에서 생겨난 새로운 사교댄스로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트위스트! 심지어 나이지리아에서는 30분간 열심히 트위스트를 추던 산모가 돌연사 하기도 했었다는 기사가 <동아일보>에 실릴 정도로 그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산모가 춤을 추다 돌연사 할 정도로 매력적인 트위스트, 대낮의 한강에서 즐긴다고 해서 그 매력이 반감될 리는 만무한법!

1962년 7월 16일자 <경향신문>은 당시 한강에서의 춤바람 열풍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상(裸像)의 향연.. [트위스트]까지...'란 문구로 시작하는 기사는 아코디언과 기타까지 더해져 지금의 나이트클럽보다도 더 찐한 장소였던 한강의 모습을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죠.

그 당시 한강이 간직한 드넓은 백사장과 모두가 어울려 놀 수 있는 맑은 여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금요일밤 바글거리는 나이트클럽에서의 열정적인 댄스도 좋지만, 탁 트인 한강에서 햇볕을 조명 삼아, 강바람을 에어컨 삼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한강 카바레의 재미 또한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것도 한강에서의 물놀이와 함께 라니... 저는 벌써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부끄럽다고요? 뭘 망설이시나요? 혼자서는 다소 쑥스럽더라도, 모두가 하면 유행이 됩니다. 
 
"어서오세요, 한강 카바레입니다~!"
 
#트위스트 #과거한강 #한강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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