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62주년 위령제 4.3 62주년 위령제 장면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었다
이지훈
어김없이 4·3평화공원을 가득 메운 유족과 도민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여야 정당의 대표들과 예비후보자들도 앞다투어 자리를 함께했다.
오전 11시, 위령제가 엄숙히 시작되었다. 식순에 따라 장정언 평화재단 이사장의 고유문, 김태환 도지사의 주제사, 깅용하 도의회의장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다음은 정부 대표인 정운찬 총리의 추도사 순.
그런데 이게 웬일, 총리는 보이지 않고 대신 국무총리 실장이라는 사람이 참석하여 추도사를 대독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여 도민의 억울한 감정을 풀어주겠다던 총리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1년 전인 지난해 61주년 위령제 때는 어땠던가?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4·3위령제 대신 경기 일산에서 열린 서울 모터쇼에 참가했었지, 아마? 졸지에 모터쇼보다도 못한 행사가 되어 버렸던 4·3위령제.
1년 후인 올해, 정부는, 총리는 무슨 이유를 불참 명분으로 내걸었나? 천안함 실종자를 구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란다. 한 준위의 영웅적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하는 유족이며 도민들이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60여년 전 영문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양민의 죽음 때문이다.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행불인 수천기 비석에 내려앉은 까마귀들을 보기 때문이다. 두 살,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새겨져 있는 각명비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이다. 두 살난 젖먹이 딸을 등에 업은 채 피신 도중 총에 맞아 희생된 변병생 모녀의 조각상에, 차마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