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섬진강 풍경. 섬진강은 우리나라 5대 강 가운데 가장 맑은 수질을 간직하고 있다.
이돈삼
수달이 사는 섬진강은 우리나라 5대강에 꼽힌다.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해 남원, 곡성, 구례, 하동, 광양으로 남도 500리(225㎞) 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 남해안으로 빠져 나간다. 이 섬진강이 아직까지 맑은 수질을 간직하는 것은 아마도 하굿둑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5대 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곳이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큰 강인데도 수질이 좋고 경치도 예쁘다. 지난 3월까지 눈과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수량도 많고 물색도 좋다. 봄날 섬진강을 떠올리면 매화를 빼놓을 수 없다. 섬진강어류생태관에서 강변도로를 따라 광양 쪽으로 가다보면 매화 흐드러진 풍경을 만난다. 매화축제는 끝난 지 오래다. 평소 같으면 매화 지고 벚꽃과 배꽃이 피었을 때다.
하지만 올 봄 꽃샘추위가 길어지면서 아직까지 매화가 산자락을 덮고 있다. 도로 옆 밭도, 멀리 야산도, 농가의 마당도 온통 매화세상이다. 강변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 밑으로 개나리도 활짝 피어 있다. 그동안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조금씩 시간차를 두고 피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날씨 탓인지 같이 피어 진풍경을 연출한다. 벚꽃과 배꽃도 금방 꽃을 피우려는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은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일정구간 하늘거리며 거닐면 더 좋다. 차를 타고 지나칠 때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보이지 않던 소소한 풍경도 하나씩 마음에 들어온다.
역시 봄풍경의 으뜸은 섬진강변이라는 걸 실감한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곳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금세 알 수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을 돌아보고 섬진강변 매화까지 구경하면 봄나들이로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