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끝난 뒤, 영현이 운구되고 있다.
선대식
수심 45m 구조대원, 정상 폐 용량의 20%도 안돼천안함 함미는 현재 수심 45m 지점에 있습니다. 현재 구조대원들은 스쿠버 잠수를 하고 있는데, 스쿠버 잠수는 잠수자가 체류하고 있는 수심의 수압과 같은 압력의 호흡기체를 공급받아 호흡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스쿠버 잠수는 30m 이상 잠수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심 45m에서는 지상에 있을 때와 비교해 5.5기압을 더 받습니다. 이는 보통 성인의 폐 용량은 4~5L 정도인데, 5.5 기압에서는 폐가 1L 이하로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체온과 빠른 물살을 견뎌야 하는 구조대원들은 수심 45m 지점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든 최악의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5.5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은 훈련으로 단련된 베테랑 구조대원이라도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언론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사인으로 거론되는 감압병(잠수병)은 대표적인 고압환경 노출 질환입니다.
고압 환경에서 질병 발생의 원리는 '헨리의 법칙'을 따르게 되는데, 병에 담긴 탄산음료병을 여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감압병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쿠버 잠수의 깊이가 10m, 20m, 30m로 증가하면 폐 속의 질소 분압도 2배, 3배, 4배로 증가하게 되는데, 압력의 증가에 따라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는 질소의 양도 2배, 3배, 4배 높아집니다.
이러한 상태에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게 되면 체내에 과다하게 용해되었던 질소가 압력이 낮아지면서 과포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혈액 속에 녹았던 질소는 탄산음료의 병을 딴 상태와 유사하게 많은 기포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가스 기포가 직접 혈관을 막거나 지방성 혈전이 생성되어 호흡 및 순환기에 영향을 주고, 운동 및 감각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의 신경계 질환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는 천안함이 침몰된 연평 앞바다의 찬 기온과 과중한 업무, 그리고 한 준위와 같은 고령의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합니다.
수심 30m 이상에서는 정신도 혼미해져수심 30m 이상에서는 감압병뿐만 아니고 다른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선 30m 이상의 심해에서는 감압병의 원인인 질소 가스가 과도하게 녹아 마치 마취를 당하는 것과 같은 황홀감을 느끼는 '질소 마취' 증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혈액 속에 많이 녹아 있는 산소도 독성을 일으켜 2기압이 넘으면 손발에 통증이 발생하고, 시력장애와 환청, 근육 경련이 나타나는 등 '산소 독성'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비록 질소 마취와 산소 독성이 대기압 조건으로 복귀시 모두 회복되기는 하지만, 물 속에서는 매우 힘든 조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5.5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이 직접적으로 구조대원의 몸에 작용하게 되므로 중이(中耳)나 폐에 주로 발생하는 '압착증'이라는 압력손상(Barotrauma)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빠르게 수면으로 복귀하는 도중이나 수면도착 10분 이내에 발생하는 발작, 의식상실, 감각이상 등의 '동맥혈 기체 색전증'은 신속히 고압 산소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명적 상태에 이를 정도로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