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영내 동원예비군 교육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유성호
물론 이것은 벌써 10년 전 논문이다. 그동안 군대 인권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서 군 시설과 문화도 개선됐으니 해군 함정 안의 생활도 달라졌을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전투함 관련 논문을 찾아봤다.
지난 2005년 박문식씨는 한중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논문으로 <해군 전투함 승조원의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썼다.
여기에서 확인되는 함정 생활도 6년 전과 큰 차이는 없다. 그는 해군 부사관들이 "출동 임무 중 가족들과 일정 기간 동안 떨어져 험한 파도에 시달리며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함정 조직의 특성을 "공간과 생활여건이 제한된다", "변화없는 단조로운 생활이다"로 꼽았다.
그러나 현역 군인 박문식씨는 함정조직에 대해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함정생활을 "바다 사람만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낭만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표현했고, "작전 임무 수행과 장병들 생활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함정 공간은 입체적이고 효율적 기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논문에 따르면, 한 함대사령부 소속 부사관 287명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자가 227명(79.1%)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문대학 졸업자(53명), 대학 졸업자(7명)가 뒤를 이었다.
정성씨 역시 지난 2006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 논문 <해군 초계함 함장 리더십에 관한 연구>에서 해군의 특수성으로 '열악한 생활환경'과 '공간의 제한' 등을 꼽았다.
정씨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의 급격한 실내온도 변화와 통풍의 제한으로 높은 불쾌지수에 노출되어 있으며 함정 자체의 극심한 소음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타군에 비해 높다"고 했다.
또한 "협소한 공간 내에서 숙식과 훈련, 작전임무 수행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면적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없으며 갈등 발생시 해결할 만한 여유가 적다"고 지적했다. 역시 다른 논문들과 비슷한 설명이다.
이 논문은 이번에 침몰한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을 연구대상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정씨는 2000년 7월 국방부·합참, 해본, 작전사 등 9개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초계함들은 신분별로 장교 9%, 부사관 55%, 병사 36%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계함에는 추진장비·항해장비·사격장비 등 약 300 종류가 넘는 장비가 있는데, 기술 부사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나의 장비가 기능을 유지 못해도 함정 운항 및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 항해 중에 고장이 나면 생존성 보장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각각 부사관과 함장을 중심으로 연구한 점을 감안하면, 일반 사병까지 포함한 함정생활은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논문 "책임자 추궁으로는 안전관리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