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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세상 걸음에 열 걸음 쯤 처지기로 하자
세 걸음은 초조하여 들숨 날숨 엇갈린 악몽 같을 테고
일곱 걸음은 무리하게 손 뻗어
앞선 사람 뒷덜미 후려잡고 싶을 테니
그 팽팽한 욕망
푸른 하늘에 천둥인들 못 걸겠는가
열 걸음 쯤 처져 그가 먼저 지나간 풍경에
말 걸며 말 들으며
임종의 순간처럼 뜨겁게 간절해보자
나를 젖히고
나를 밀치고
풀어진 구두끈도 매지 못한 채
땀에 젖은 등만 흔들리는 사람따라
느리게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행복도 있다
나의 긴 하루가 어느 이에게는
세상 끝 순간의 조각난 호흡일 수도 있는 게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생명들의 시간이다
그러니 그냥 열 걸음 쯤 뒤처져 가자
그의 말 그의 생각 내게서 꽃피도록
완고한 뒷모습 편안한 호흡으로 감싸면
그의 정수리에 꽂히는 햇살
어쩌면 내게는
슬프도록 편안한 그늘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서석화 <기쁨> 전문
억지로 놓고서야
붙들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
이미 오래 전에 떠나간 걸 알았다
느리게, 더듬거리며... 지금 곁에 있는 바람 한 조각이라도
눈여겨 볼 일이... 슬프도록 편안한 그늘이 되어... 우리를 쉬게 해 줄 것이다.
2010.04.01 20:3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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