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끼리 싸움 붙이기

<지식의 충돌>을 읽고

등록 2010.04.01 13:26수정 2010.04.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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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생각의 충돌>이란 책을 읽고 소개한 적이 있다.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면 더욱 더 훌륭한 생각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으로, 대화의 중요성에 관련한 서적이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학교 도서관의 서고를 지나다가 낯익은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지식의 충돌>이다.

충돌 시리즈란 말인가? 아니었다. 저자도 내용도 달랐다. 표제의 유사성이 읽기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곧바로 빌려서 읽어보았다. 저자가 지식과 지식을 충돌시켜 독자의 지식이나 사유의 폭을 넓힌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달라도 충돌이란 단어의 뜻만은 고스란히 옛것과 닮아 있다.
 
평론가인 저자의 기술에 따르면 '지식의 충돌'이란 표제 의미는 다양하다. '생각이나 지식의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기' '같은 주제에 상반적 입장을 드러내며 서로 부딪히기' '홑눈이 아니라 겹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독서의 양다리 걸치기' 등이다. 동일한 주제에 상반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두 권을 나란히 놓고 저자는 읽고 있다. 적극적인 독서법이자 비판적인 독서법으로 차원 높은 책읽기 방법이다.


<문명의 충돌> 대 <문명의 공존>, <중국의 붉은 별> 대 <마오>,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 대 <닥터 노먼 베쑨>처럼 저자는 아홉쌍 18권을 동시에 읽어내는 셈이다. 적극적인 독서가 어떠한 것인지의 모범을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한 권의 책으로 상당한 지식과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나같은 독자로서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다조이다. 한마디로 독자의 머리를 큼직하게 만드는 풍성한 책인 듯하다.

심지어 독자에게 따끈한 호의도 베푼다. 지나친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책읽기 가이드 라인 설정이다. 책머리에 읽기의 방법을 자세히 제시한 부분이 그것이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읽는 이를 위해서라도 재미를 최대한 맛볼 수 있도록 나름대로 글쓰기에 신경을 썼다. 앞머리에 두 책을 아우를 수 있는 전반적인 지적풍경을 간략히 제시하고, 본론에서는 충돌지점을 부각시키는 맥락에서 두 책의 핵심적인 정보를 조정 배치했으며, 마지막에는 충돌을 한층 첨예화시키는 가운데 오늘날의 시사적 맥락으로 현재화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책 내용의 소개도 비교적 충실히 함으로써 독자가 글 안에서 책의 내용을 충분히 즐기는 가운데, 두 책의 첨예한 쟁점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글쓴이의 그같은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는 별도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저작 의도를 밝힌다. 독자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다. 두 책의 공통점과 차이점과 현재의 시사점 등으로 삼분해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능하면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역력히 보인다. 인용문의 끝에는 나름의 겸손도 엿보인다.

특별히 저자의 심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 대 <닥터 노먼 베쑨>이라는 장에서이다. 슈바이쩌와 노먼 베쑨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슈바이쩌의 명예에 행여나 조그만 험이라도 생길까 여러 번 변명 아닌 변명을 첨가하는 부분이다.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나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편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약한 모습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내뱉기만 하고 수습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지성도 더욱더 돋보이는 것 같다. 독서토론을 즐기거나 독서의 수준을 높이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지식의 충돌>(권정관, 개마고원, 2007년)


덧붙이는 글 <지식의 충돌>(권정관, 개마고원, 2007년)

지식의 충돌 - 책 VS 책

권정관 지음,
개마고원, 2007


# 고차원의 책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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