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에듀파인이란 새로운 학교회계시스템이 적용되어 모든 교사가 예산을 쓸 때는 이 프로그램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바쁜 3월에 프로그램 연수를 받았습니다. 행정실에서도 연수 받고 알려주느라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교사가 회계프로그램까지 써야하니 이제 경리까지 해야 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옥산초
일부 지역에서는 2009년도 성과급 위원회를 만들고 기준을 만들라는 것도 3월에 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에 교사들을 불러 성과급 논의를 한 곳도 있다. 교육청에서 보고를 이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체 수업은 언제 하라는 것일까?
새로운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시행되는 것도 큰 변화이다. 교사 모두가 맡은 업무의 예산을 스스로 기안하고 쓰라는 것이다. 원래는 행정실에서 하던 일이다.
시스템이 처음이라 불편하지 써보면 편해진다고 하지만, 교사가 왜 회계시스템까지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특히 올해는 시행 초기라 시스템도 불안해서 학기 초에 교사들을 더 들볶는 꼴이 되었다. 수업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교사들에게 자꾸 새로운 일이 들어오는 건 재고해봐야 한다.
쏟아지는 교육정책, 교사는 일폭탄에 허우적올해는 교원평가 시행한다고 수업공개계획도 내라고 한다. 법과 기초질서를 중요하게 보는 정부에서 장관이 법도 통과되기 전에 자의적으로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아침에 연락받고 갑자기 4회 공개 계획을 세웠다. 새교육과정이라 교과서도 제대로 못 훑어보고 2학기 내용은 아예 받아보지도 못한 3, 4학년은 대강 계획을 세워냈을 것이다. 내용도 잘 모르는 채 교원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 관리위원회까지 만들어 보고해야 했다.
MB정부는 취임 이래 계속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왕에 하던 영어교육 강화, 일제고사 업무 외에 올해 굵직한 것만도 학교자율화, 교원평가, 정보공시, 공교육 강화 등 많다. 그래서 올 3월에 이렇게 일이 더 많아졌나 보다. 게다가 대통령이 몸소 챙긴다고 하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쏟아질까? 이 모든 게 학교에서는 다 수업을 제치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이젠 언론에서 '교육' 낱말만 나와도 겁이 난다.
학교는 원래 이런 업무가 하나도 없어도 바쁜 곳이다. 학교는 수업을 하는 곳이고 학교교육과정 내용이 워낙 많고 교과내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마다 하는 행사도 많다. 아무리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최소화한다고 해도 행사 하나를 하려면 수업 1-2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다. 특히 교사는 수업을 하기 위해 교재연구하고 자료 챙겨오고 학습지 만들고 학생들이 한 것 검사하고 재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점점 업무 처리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자체나 각종 기관에서 손쉽게 공문 하나 보내서 협조해 달라고 한다. 교육청에서 공문을 아예 안 받아주지 않는 한 학교장은 지역에 체면이 있고 상부상조해야 하니 나몰라라 하기 어렵다.
교과부는 더 심하다. 교육에서 자꾸 효율성을 내세우고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면서 겉치레만 화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상담을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학교홈페이지에 올리고, 정보공시하는 곳에 올리라고 성화이다.
교육이 번지르하게 포장해서 올리는 상품도 아닌데 광고카피 같은 말들로 포장한 구호나 언제 들어도 똑같은 이야기만 난무한다. 밖에는 대한민국 학교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이다. 여기에 장관은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못하다고 교사 사기까지 팍팍 떨어뜨려준다. 이래저래 학교만 곪아썩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3월이 다 가고 4월이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 어느 정도 익히고 한 달을 평가하면서 분위기도 다 잡고 날씨도 풀렸는데 아이들과 무엇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도 할 여유가 없다.
올해 유독 바쁘기는 하지만, 학교가 이렇게 변한 건 사실 10여 년이 넘었다. "업무 없이 수업만 고민했으면 좋겠다"던 교사들의 소망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아이들과 눈도 좀 마주치고 이야기도 읽어줄 시간이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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