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며

머리숙에 눈물을 흘립니다

등록 2010.03.31 15:25수정 2010.03.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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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슬픈 동족간의 전쟁으로

깊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가난한 시절에 우리 함께 태어났으니

그대와 나 배고픈 세상에서

가슴을 열어 하늘을 마시며

같은 꿈을 꾸며 자랐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래된 친구라 말하지 않을 수 없소!

 

그 소중한 젊음은 푸른 제복에 땀으로 배이고

차갑고 깊은 삶의 심연을 수천 번 오르내리며

때로는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픈 기억들을 지우다가

가슴속에 흐르던 눈물과 땀들이

사나이의 가슴이 더 깊고 넓어져

세월 앞에 패어진 주름처럼

사명은 굳어져만 갔을 것이오.

 

어느 누구의 죗값인 냥

성난 바다는 달음질로 도망하며

날카롭게 날을 세운 차가운 비수가 되어

온몸을 찌르는데

뼈까지 시려오는 캄캄한 물속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에 웅크리고 있을

자식들을 구하기 위하여

이제는 낡아져 힘들어하는 심장을 가지고

빌라도 앞에서 자신을 위하여

변호의 말 한마디 없던 예수처럼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니

아래로 아래로, 그 깊은 곳으로 내려갔을 그대여!

 

굳어져가는 심장과 차갑게 힘을 잃은 근육들,

하지만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들은

살갑게 대하지 못한 사랑하는 아내와

마지막 나눈 말이 생각나고

어여쁜 딸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잡아 본 것이 언제였더라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준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

준비된 행복한 날들은

아련한 꿈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버리고…,

 

한주호 준위, 자랑스러운 친구여!

차가워진 그대의 붉은 피는 끝내 데워지지 못하고

우리는 이별하고 말았구려!

살아있는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메어진 가슴으로 머리 숙여 눈물 흘릴 뿐이며

이제 그대의 몸을 제물로 받으셨으니

깊은 바다 속에 웅크리고 있을 우리의 아들들을

속히 돌려 달라 기도할 뿐이오.

 

하늘도 땅도 그대의 떠남을 슬퍼하여

나의 마음과 같이 하염없이 울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친구여!

남겨진 일들일랑 가슴 아파 슬퍼말고

고이고이 쉬시구려!

 

2010. 3. 31 고난주간에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며

2010.03.31 15:25ⓒ 2010 OhmyNews
#한주호 #해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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