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특임장관.
남소연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비상대기령을 발동한 상황에서 국무위원이 KBS의 쇼 오락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불러 구설에 올랐다.
30일 KBS와 특임장관실에 따르면, 주호영 특임장관은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해 대중가요 '대지의 항구'를 불렀다. '대지의 항구'는 조선인의 만주 이민을 장려한 친일영화 <복지만리>(1941)의 삽입곡으로, 만주를 '꿈에 어리는 항구', '유자꽃 피는 항구'로 미화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주 장관의 측근은 30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행사가 지역구에서 열려서 부득이 참석했다"며 "장관이 인사만 하고 내려오려고 했는데 사회자 송해씨가 계속 노래를 권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소절을 불러야 했다"고 전했다. 주 장관은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다.
주 장관은 "지금 서해에서 초계함이 침몰해서 분위기가 안 좋은데 노래까지 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5000~6000명에 이르는 청중의 흥을 깰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일 오전부터 실종자 46명의 명단이 언론에 보도됐고 정운찬 국무총리도 "모든 공직자들은 유선상으로 대기하면서 추모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휴일을 보내길 바란다"며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주 장관은 이튿날 오후 정운찬 총리와 함께 헬기편으로 백령도 인근의 침몰 현장을 방문해 구조작업에 나선 장병들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장관의 처신에 대해 "승조원들의 생사 문제로 국민들이 애끓는 분위기에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끝까지 거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KBS 제작진은 주 장관의 난처한 상황 등을 감안해 그가 노래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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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장관, 천안함 침몰 다음날 KBS 프로그램에서 '한 곡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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