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에 설치된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드시는 어르신들
김혜원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님의 식사를 끼니마다 잘 챙겨드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 사는 방식이 달라져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부모님의 식사를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가정들이 대부분 맞벌이다 보니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따로 사시는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함께 산다해도 어른들의 식사를 챙겨드리기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다니는 자식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 자식들의 식사를 챙겨 줄 수 있을 만큼의 건강과 능력이 되는 어르신들은 당신 식사를 챙기는 것도 즐겁고 나름대로 살림을 하면서 얻는 보람도 크다고 하지만 부엌살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쇠약해지면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되고 맙니다.
노인정이나 노인복지관에서 점심식사를 하시는 대부분의 노인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늙은이들 따뜻한 밥 해주는 며느리가 어디 있어? 그저 지들 먹고 나가기 바쁘고 노인들이야 알아서 먹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데 그래도 이렇게 따뜻한 밥에 국 해주는 데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렇게 한 끼 더운밥 먹고 들어가면 저녁까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건강이 좋으실 때는 친정 부모님도 근처 노인복지관에서 강의도 듣고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2500원짜리 식사로 점심을 해결하시곤 했습니다. 수급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지만 일반 이용자들은 2500원을 내고 사 드셔야 합니다.
한 끼 2500원의 식대가 비싼 밥값은 아니지만 형편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노인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그래도 운동 삼아, 소일거리 삼아 다니시는 노인복지관에서 친구 분들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커피한잔까지 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2500원이라도 부담스럽다면서 식사를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노인들을 볼 때면 같은 노인이라도 마음이 아프셨다고 합니다. 복지관이나 노인정에서만큼은 회원에 한해 무료급식을 해주면 좋을텐데라며 아쉬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하셨지요.
제가 살고 있는 분당지역에는 이런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주로 빈곤층이나 영세민 층이 주거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한곳인 하얀 마을 무료급식소는 저도 봉사를 다니는 곳입니다.
이곳은 임대아파트 단지 내 노인정에 설치된 무료급식소로 10년 가까이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노인정 회원 160분을 위한 점심급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이시지만 무료급식을 받으시는 분들 중 수급자 비율은 30%이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