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하지만 다정하고 섬세한 고흐와의 여행

[서평] <반 고흐 미술관>

등록 2010.03.29 08:49수정 2010.03.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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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미술관에서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엿 볼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서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엿 볼 수 있다.반고흐미술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의 동생인 테오는 누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형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형 안에는 마치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아. 하나는 놀랄 만큼 재능이 풍부하고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야"


그리고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으며 파리에서 머무르던 2년 간 평화로운 나날도 있었지만, 동생과의 갈등이 있던 시기에도 빈센트 반 고흐는 테오을 존중하려 애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너한테 진 빚을 갚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너도 나만큼이나 이 그림들을 그리는 데 있어 애썼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함께 그림을 그린거야."

그런 형이 파리를 떠난 직후 테오는 "형은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찬란한 빛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다. 형은 따듯한 마음을 가졌고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계속 노력했다. 형에 대해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장 나쁘다"고 편지에 쓴다.

그런 빈센트 반 고흐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그림에 바친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하지만 고흐는 꼭 불행 속에서 허우적 거렸던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그의 일생과 그림을 잘 모르고, 그의 쓸쓸한 죽음만 기억하기에 그런게 아닌가 싶다. 고흐의 그림 곳곳에 숨어있는 의미와 느낌보다는 다른 것에 한 눈을 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들에게 빈센트는 예언과 같은 말을 남겼다.


"테오에게, 지금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그림들이 거기에 사용된 물감보다, 그리고 내 인생보다도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여기 고흐의 그 예언을 알기 쉽게 풀어준 책이 있다. 밀라노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미술사가 파올라 라펠리의 <세계 미술관 기행 : 반 고흐 미술관>에서 자신의 삶과 예술을 굳게 결합시키고자 했던 반 고흐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고흐의 생애가 녹아있는 작품들이 어떤 의미, 배경, 영향을 가지고 있는지 고흐를 잘못 알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전해준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술관의 역사와 함께 그 곳에 소장된 눈부신 그림들을 책에 담아.

돈-일상에 지쳐 무감각해진 우리들에게 감정을 일깨워주는 책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았던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여동생들은 빈센트의 유산을 모두 집안의 차남인 테오에게 주는 데 동의했고, 테오는 형이 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화가로서 성장해 가는데 이바지 했지만, 테오도 서른셋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빈센트 작품 컬렉션은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테오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살면서 빈센트의 삶에도 함께 한 그들은, 살아 생전 한 작품도 제대로 팔지 못한 엄청난 수의 빈센트 작품 관리를 했고, 그 중 몇 작품만을 파는 방법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하며 고흐와 미술관이 빛을 보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테오의 아들인 빈센트 빌렘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순회전을 열면서, 대중들에게 고흐를 알렸고 그 반응 또한 뜨거웠다 한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고흐의 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기사가 넘쳐났고 순회전 역시 큰 성공을 거두어, 1959년 말 문화복지부 국장이었던 레이닌크가 반 고흐 작품 컬렉션을 영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 가능성을 시사한 뒤, 1960년 7월 10일에 빈센트 반 고흐 재단이 설립되었다 한다.

이후 1960년 네덜란드 의회에서 빈센트 빌렘의 소유로 남아있던 고흐 작품을 대량으로 매입할 것을 승인했고, 미술관도 건립, 증축하게 되었다 한다. 현재 반 고흐 미술관에는 200점이 넘는 그림과 1천여 점의 드로잉, 수십 점의 판화, 4권의 화첩, 고흐가 테오와 가족 및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750통의 편지가 소장되어 있다.

1층과 4층에는 20세기의 거장들인 고갱, 모네, 시냐크, 로댕, 피사로, 피카소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3층에는 정보시스템이 완비된 자료실과 교육용 진열장이 있고, 지하 1층에는 현대식 강당이 위치해 있다. 반 고흐 미술관은 처음 개관했을 때부터 고흐 컬렉션의 보존과 함께 근대 미술 컬렉션의 확충, 연구, 전시 및 학술적 혹은 대중적인 자료의 발간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감탄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던 고흐의 생각을 존중한 것이라 한다.

여하간 책 <세계 미술관 기행 : 반 고흐 미술관>은 여타의 고흐 관련 책들보다 그의 생애와 작품이 어떤 관계가 있고 의미가 있는지 무감각한 대중들에게 참 알기 쉽게 속삭여 준다. 고흐의 초기 작품부터 그의 예술혼이 만개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책으로 만끽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

파올라 라펠리 지음, 하지은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7


#반고흐미술관 #고흐 #빈센트반고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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