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위로방문한 가운데 한 실종자 가족이 "현장 상황은 알고 있기나 하냐"며 소리치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몇 차례 회의를 열어도,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반복해도,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현장으로 떠나도 이틀째 희망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대신 절망의 시간을 가까워지고 있다.
가족들은 "실종 병사들이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60여 시간동안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해군의 말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다. 그래서 흘러가는 시간은 가족들의 가슴을 잿더미로 만드는 뜨거운 불과 같다.
위로가 되지 못한 김 국방장관의 위로 방문이 끝날 즈음, 가족들은 "내일이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김 장관이 떠난 뒤 이번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았다. 이 대표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악수를 건냈다. 야당 대표라고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피해가는 건 아니었다.
한 가족은 "당신 뭐야? 여기 왜 왔어! 악수 하러 온 거야!"라며 따졌다. 그리고 여러 가족들은 다시 오열하며 "제발 좀 빨리 우리 아들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이회창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사진 찍으러 온 게 아니다"라며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어 이 대표는 "내 얼굴을 보라, 나는 일생을 거짓말 하며 살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살아온 나 이회창은 배를 빨리 인양해 실종 장병을 구하는 게 가장 급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도 인양을 서두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더 이상 수색 작업은 어렵다"는 국방부 발표를 듣고 뿔뿔이 흩어졌다.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있다. 가족들은 캄캄한 바닷속에서 실종자들이 꼭 살아있길 기도하면서 오늘밤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
[1신 : 3월28일 오후 3시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