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발굴한 기름집에서 들기름을 짜왔다.
이장연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고된 농사일로 점점 손수 먹을거리를 거둬먹기가 쉽지 않자, 허리가 편찮은 어머니는 밭이나 재래시장보다 배달까지 해주는 동네마트를 찾곤 하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둔갑술에 능통한 수입농산물이 시중에 넘쳐나면서 '국산'이라 써붙인 것들도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합니다.
이런 몹쓸 세상을 향해 어머니는 "요즘 국산이 어딨냐? 죄다 중국산이지!" 하시면서 "제 손으로 직접 기른 것이 아니면 믿을 수가 없다"고 먹을거리 하나 안심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간혹 하십니다. 다들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먹고들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계절 동안 힘겹게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대하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얼마 전 봄비가 세차게 내리려고 하늘이 온통 심통을 부리던 날, 어머니는 작년 가을에 털어낸 들깨를 파란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작은 수레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