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
하주성
흥원창을 돌아보다
이중 흥원창은 고려시대 13개 조창 중의 하나로 원주 은섬포에 있었다. 은섬포는 현 원주시 부론면 흥호 2리 창말지역으로 추정한다. 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에 보면 뒤로는 산이 솟아있고, 강가에 집들이 들어차 있는 그림이다. 우측에는 흥원창(興元倉)이라고 쓰여 있다. 그림 우측에 보이는 기와집이 창고였을 것이고, 남은 초가는 흥원창을 지키는 군사들이 머물던 군막 정도로 여겨진다.
흥원창은 원주를 비롯해 평창, 영월, 정선, 횡성, 강릉, 삼척, 울진, 평해 지역의 세곡을 보관하였으며, 한강의 수로를 이용하여 개경의 경창으로 세곡을 운송했다. 이 흥원창이 있던 흥호리는 바로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섬강은 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한다. 이 물이 횡성읍으로 오면서 금계천과 합류하면서 섬강이 된다. 그리고 원주로 들어오면서 국민광광지가 있는 간현리를 지나 건동, 문막을 거쳐 흥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를 한다. 이 합류지점에 흥원창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흥원창의 돌비가 있는 곳 앞으로는 세 갈래로 갈라진 물줄기가 보인다. 석비 앞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면 좌우로 물길이 있고, 그 물길이 합해져 맞은편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석비 맞은편에는 기암절벽이 서 있고, 여주를 향해 흐르는 물길이 잔잔하다. 이곳은 '남한강 따라가는 역사문화 체험길' 여강 길의 시작점과 끝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한 강길 걷기는 제3코스로 '바위늪구비길'이라고 하여, 전체 여강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을 꼽는다.